언론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에 관한 참여정부의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기자실을 브리핑실로 바꾸고 「오보」에 대한 적극적 대응방침을 개괄적이나마 지침형태로 지시한데 이어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은 출입기자의 등록제 전환, 기자실 개방 등의 계획을 밝혔다.
특히 노대통령은 보도의 악의성 여부, 왜곡보도의 심도에 따라 대응수단을 차별화하겠다는 대응지침 아래 각 부처에 대해 언론보도의 진의와 잘잘못, 사안별 대응조치 등을 청와대에 종합보고토록 지시했다.
노대통령의 이런 지시와 이장관의 문화관광부 홍보업무 운영방안은 과거 권언유착의 고리를 끊고 언론과 적절한 긴장관계를 설정해나가겠다는 기조 아래 「오보와의 전쟁」을 위한 구체적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읽을 수 있다.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사실관계에 관한 사안도 많지만 시각을 전제로 하는 기사도 적지않은 것이 현실이다.
동시에 복잡다단한 사회현상의 특성상 단편적이거나, 일방적 잣대만으로 재단하기 어려운 사안도 크게 늘어가는 추세다.
우리 언론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비판도 과거 권언유착의 비틀린 구조하에 언론 자체가 권력기관화하고 사회적 공기로서의 역할에 소홀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점에서 언론과의 관계를 재설정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서 공세적이고도 부정적 언론관이 묻어나는 배경을 짚어보면 언론쪽에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기자실 개방은 여러가지 면에서 핵심적인 언론개혁 과제 중의 하나이다. 폐쇄적인 기자실로 인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소수와 정보를 제공하는 취재원 사이에 발생하는 제한된 정보의 흐름은 한편으로는 소수 언론을 권력화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권력의 유지를 위해 언론을 조작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는 수용자의 정보접근권을 제한하는 것이었다.
제한된 정보접근권으로부터 발생하는 경쟁력, 우월성은 우리 언론을 속보성으로만 평가하는 잘못된 잣대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속보성보다 더 중요한 기준은 정보의 정확성, 공정성, 전문성, 체계성 등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기자실 개방은 정보접근의 기회를 개방함으로써 다양한 언론의 존재 가능성을 열어놓자는 데 있다. 이는 모든 매체의 언론활동을 위해 일부 언론의 기득권을 포기하자는 것이다. 이번 조처는 그런 대의에서 벗어나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일부 언론들의 반응은 문제가 있다. 언론에 재갈을 물린다고 하거나 언론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온다고 하는 주장에서는 언론기득권 수호의 의도가 읽힌다. 모든 언론이 최소한의 정보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고, 차별화를 위해 일부 언론이 심층보도 노력을 강화한다면 국민의 알권리가 확대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언론정책 담당부처인 문화관광부 장관이 발표한 홍보업무 방안은 많은 문제점이 있다. 정보 공개의 원칙, 접근권 형평성의 원칙에 따른 것이니 그 원칙에 대해선 구악 기자라도 이론을 제기할 게 없다.
그러나 이 원칙을 구현하는 수단으로 제시된 지침이 취재를 제한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밖에 없다. 직원들로 하여금 기자와 인터뷰 후 그 내용을 공보관실에 즉각 보고토록 하고 회식 등 개별적인 만남도 가급적 제한하도록 한 것이나, 기자들에겐 공보관실을 통해 직원들과의 인터뷰를 하도록 요청했으니 취재 제한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특히 보도때 취재원 실명제를 요구하고 있으니, 어떤 직원이 비판적인 정보를 전할 수 있을까. 실명 보도 여부는 각 언론사가 독자와의 관계나 보도 윤리 차원에서 숙고할 사항이지, 정부가 지침으로 삼을 사항이 아니다. 게다가 이 홍보방안은 충분한 정보공개를 전제로 할 때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정책결정과정에서 제기된 반대 의견이나 반대 여론까지도 공개돼야 한다.
참여정부가 의도하는 언론과의 새로운 관계설정의 구체적 내용이 어떤 것이건 무엇보다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자유의 보장이라는 핵심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도록 면밀한 검토와 신중한 접근이 있어야할 것이다.
또한 정부의 발표기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언론의 현실로 볼 때 취재활동에 대한 지나친 제약이 국민의 알 권리에 미치게 될 부정적 영향도 구태여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기득권에 안주한채 사회현상에 대해 일방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일부 언론도 자성해야 할 것이다.
윤종채씨는 무등일보 편집국 부국장 겸 교육부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광주가톨릭언론인회 부회장, (사)무등청소년회 이사, 광주시청소년자원봉사센터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