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어떤 선한 목적을 추구하기 위한 인간 행위에 있어 그 행위의 수단이 악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당연하다(로마 3, 8참조). 그러나 때로는 어떤 정당한 목적을 위한 행위를 하는 가운데 결과적으로 물리적 악이 생기는 경우가 생겨나기도 하는데 과거부터 윤리신학자들은 이 경우 그 악이 허용될 수 있는 근거로써 「이중(二重)결과의 원리」를 제시하였다.
「이중결과의 원리」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정당방위의 논제」에서 비롯되는데, 즉 여기서 토마스 아퀴나스는 『하나의 행위는 두 가지 결과, 즉 의도된 결과와 의도되지 않은 두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그 행위의 윤리성은 의도된 결과에 의해 평가되는 것이지 의도되지 않는 결과에 의해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함으로써 인간행위의 한 결과로서의 악한 결과를 윤리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예를 들어 집안에 어떤 침입자가 들어와 내 생명과 재산을 위협한다면 내가 그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침입자를 물리치는 과정에서 어떤 행동을 취했는데, 그 결과 전혀 의도되지 않았던 악한 결과로 침입자가 죽게 되었다면 그 침입자의 죽음은 윤리적으로 정당하게 허용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곧 하나의 행위에 의해 내 생명과 재산이 보호되었다는 선한 결과와 그 침입자가 죽었다는 악한 결과라는 두 가지 결과 중 악한 결과가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도 있다는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는 원리가 이중결과의 원리인 것이다.
전통적으로 윤리신학자들은 이 원리가 적용되기 위한 조건들로 다음의 네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행위 그 자체가 악한 것이 아니라야 하며, 둘째, 악한 결과와 선한 결과가 적어도 동시에 한 행위에서부터 직접 나와야 하며, 셋째, 행위자의 의도가 선해야 하며, 넷째, 간접적인 결과로 악을 허용하는 행위가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그만큼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미국 주도의 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다. 벌써 수많은 사상자들이 생겨났고 연일 방송되는 전쟁의 비참함과 참혹상은 인류 전체를 한껏 부끄러움으로 몰아넣고 있다. 유엔의 지지도 얻지 못했고,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뛰어나와 반전-평화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이 불법적인 전쟁에 대해 비난하는 글들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은 이러한 주변의 시선과 움직임에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 세상에서 악의 축으로서의 후세인 정권을 축출하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이고, 이 선택이 결코 그르지 않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항변한다.
인류가 역사를 통해 소중하게 지켜오고자 부단히 노력했던 평화에 대한 희망이 무력을 앞세운 강대국의 패권주의적 야욕 때문에 무참하게 무너져내리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 점점 더 깊어져 가는 불신, 끊임없이 계속될 전쟁과 테러 등 이 모든 악순환을 무엇으로 정당화할 수 있단 말인가? 부시 정권이 이 전쟁의 정당성을 외쳐대고 있지만 이를 윤리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는 과연 무엇인가? 이 전쟁은 어떠한 논리로도 악한 결과를 포장할 수 없는 인류 최악의 욕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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