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수요일을 시작으로 사순시기를 살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은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기도와 희생이 더욱 절실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미움보다 사랑을, 전쟁보다 평화를 갈구하는 소박한 이들의 소박한 희망이 짓눌려지고, 결국은 전쟁이라는 참혹한 사태가 빚어졌으며 이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무고한 생명이 죽어 가고 있다.
이제 성주간이 지나면 부활이라는 큰 기쁨의 시기가 다가 올 것이다. 매년 지나 왔던 사순절이지만 올해는 다른 해보다 더 많은 희생이 필요했고, 기도와 평화를 위한 행동이 절실했던 사순시기였다.
온 백성들의 환호와 영접을 받으며 예루살렘에 입성했던 예수님이 불과 며칠만에 이들의 손에 의해 죽임을 당하시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어떻게 2000여년 전 그 당시의 상황으로만 인식할 수 있겠는가. 지금도 우리는 매일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고, 내 손에 든 망치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고 있지는 않은지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비단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쟁뿐만이 아니라 빈부의 격차로 인해 한쪽에선 배가 불러 돈을 써가며 살을 뺀다고 야단이고, 다른 한쪽에선 당장 먹을 끼니가 없어 쓰레기통을 뒤지고, 이렇게 할 힘마저 없는 이들은 그냥 가만히 누워서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현실을 볼 때 참으로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불평을 터뜨려 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불평을 털어놓기 전에 우리의 한끼 식사 값이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에게는 한달 치 양식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소리 없는 반성이 필요하다.
나뭇가지와 심지어 자신의 겉옷마저 벗어 흙투성이인 길바닥에 깔아 놓고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라고 외치며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줄 것 마냥 환영했지만 『십자가에 못박으시오!』하며 인정사정없이 매몰차게 고함지르던 그 군중들 속에 나는 끼어 있지 않은지 찾아봐야겠다.
부활축제를 앞둔 사순시기 마지막 주일에 우리는 얼마만큼 기쁜 마음으로 부활축제에 함께 할 수 있는지, 또 동참할 수 있는 자격과 준비가 되어 있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사순시기동안 한번도 십자가의 길을 하지 않았으면 지금이라도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놓고 십자가의 길을 봉헌하고 침묵 속에 예수님의 삶을 생각하면서 그분의 삶을 닮아 보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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