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동안 머리가 유난히도 가렵더니 흰머리가 부쩍 더 늘었다.
얼굴의 주름살도 더 늘고 아들로부터 제발 머리 염색 좀 하라는 간청을 들을 정도로 흰머리카락이 늘어만 간다. 늘 자연의 섭리에 적응할 각오도 되어 있었고 거기에 순순히 따르려는 정신력을 길러 왔건만 거울을 보는 내 마음이 결코 즐거울 수만은 없었다.
아무리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봐도 젊음의 모습은 흔적도 없고 어느새 다가온 60대의 늙은이 모습이 거기에 마주하고 있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처음에는 흰머리를 뽑기도 했지만 대책없이 늘어만 가는 흰머리를 이제 뽑기에는 역부족인 듯 하다.
나에게도 유년시절이 있었고 꿈많던 소녀시절이 있었건만 어느새 여인을 거쳐 내 입에서조차 스스럼없이 뱉어지는 『할머니』가 되어버렸을까?
거리에서 마주치는 임산부를 비롯해서 다홍치마의 새색시며 아기를 업고 가는 젊은 애기엄마들 모두가 내게는 부러움의 대상일 뿐이다. 이제 다시는 그토록 찬란한 젊음으로 돌아갈 수 없음에 실소를 머금을 수 밖에….
흰머리를 이고 앉아서 어릴 적의 추억을 떠올리는 것도 즐겁고 여학교 때의 친구들과 그 시절의 기분으로 돌아가서 눈물이 나도록 웃어도 보건만 주름살이 늘어가는 외모만은 감출 수가 없으니 어쩌랴!
요즘은 의술의 발달에 의해서 주름살 제거수술로 젊음을 되찾을 수도 있다지만 인위적인 힘을 빌려서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몸은 늙어도 마음은 청춘이다』 라는 어른들의 말씀에 공감하며 외모는 세월만큼 변해가되 마음은 늘 젊음을 유지하고 산다. 주님의 말씀처럼 늘 깨어있고 싶다.
늙되 아름답게 늙을 수 있도록 수양하며 살아갈 생각이다. 그러다가 주님이 부르시면 흔쾌히 하늘 나라로 돌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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