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민중항쟁의 민주.정의 실현 이념을 기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제23주년 기념식이 지난 18일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묘지에서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열렸다.
광주민주유공자 명예가 회복된 뒤 처음 열린 이번 기념식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3부 요인, 광주민주유공자와 유족, 5.18 관련 단체 회원, 각계 대표와 보훈처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를 신청한 국민 등 2천여명이 참석했다.
기독교, 불교, 원불교 등 모든 종교단체가 그렇겠지만 천주교 역시 5.18과 많은 관계가 있다. 따라서 해마다 5.18이 되면 각종 기념행사에 참여한다. 올해도 광주대교구는 지난 11일 청소년사목국이 서구 쌍촌동 광주가톨릭대 평생교육원에서 북구 망월동 5.18국립묘지까지 달리는 5.18정신계승 자전거 순례행사를 가진데 이어 17∼18일 노동실업센터가 금남로 옛 동구청 앞에서 주먹밥 나누기와 개미장터를 운영하는 전국실직자공동나눔한마당을 펼쳤다.
5.18 당시 서울대교구장이었던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은 서울대교구장에서 물러난 뒤 펴낸 명상록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에서 종교인으로서, 사회의 지도자로서 느껴야했던 인간적 고뇌와 추억 등을 차분한 어조로 회고, 한국현대사의 왜곡되고 굴절된 인권과 사회정의 문제를 되씹었는데 『가장 괴로웠던 사건은 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때』라고 토로하면서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전두환 보안사령관과 교황청대사, 주한 미국대사, 주한미군사령관 등과 잇달아 접촉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으나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고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다. 또 당시 군부에 강력히 항의하는 성명서를 내려고 사회원로들과 뜻을 모아 보았으나 실패했다고 털어놓았다.
광주대교구장이었던 윤공희 빅토리노 대주교도 5.18 당시 대학생들이 연좌시위를 했던 동구 금남로 3가 광주가톨릭센터에서 5.18의 발발과정을 목격한 뒤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등 광주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왔다. 윤공희 대주교는 특히 80년 7월과 81년 4월 신군부의 핵심인사였던 전두환씨를 두차례 만나 광주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고 81년 5월 명동성당 강론에서 「광주의 진실」을 증언하기도 했다.
이제 굴절의 현대사 터널을 빠져나온 두 분의 요즘 관심은 나라의 통일이다. 그것은 김수환 추기경의 책에 실렸듯이 기도의 형태로 나타난다.
『저의 힘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사오나 교회를 위해, 또 나라를 위해, 통일을 위해, 희생의 제물이 될수만 있다면…. 저를 바칠 마음의 뜻은 있습니다. 막상 그런 고통을 당하면 마음이 흔들릴지 모르오니 끝까지 항구하도록 주님이 잡아주십시요』
이러한 김수환 추기경의 뜻처럼 올해 5.18 제23주년 기념행사의 주제가 「평화와 통일로!」였다.
그런데 평화와 통일에 앞서 이뤄져야 할 것이 동서화합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이반조짐을 보이고 있는 「호남민심」을 의식해서인지 몰라도 한나라당 김진재 최고위원과 김형오 의원, 이영 부산시의회 의장 등 부산출신 국회의원과 부산시의회 의원 25명이 지난 15일 5.18 묘지를 방문했다.
그동안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개별적으로 5.18묘지를 참배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처럼 부산 지역 국회의원과 정치인들이 대거 광주를 방문해 집단으로 5.18묘지를 참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진재 최고위원은 참배 후 성명을 통해 『5.18 민주화 정신을 이어받아 낡은 지역감정의 틀에서 벗어나 동서화합의 신기원을 이루자』고 말했고, 이영 의장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지역감정 해소와 국민통합을 이루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영 의장은 『지역감정은 기존 정치인의 이해관계에서 태동한 것인 만큼 새로운 정치를 위해서는 상생의 정치가 필요하다』며 『이번 부산출신 의원들의 광주방문으로 세대와 계층의 벽까지 허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부산출신 의원들과 함께 묘지를 찾은 이영수 황룡사 주지는 『광주는 이미 가해자를 용서했으므로 지역갈등이나 장벽이라는 말은 의미가 없다』면서 『이번 방문이 낡은 시대에서 새로운 시대로 가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호남지역 주민들이 압도적 지지로 영남출신 대통령을 선출해 참여정부가 탄생했기 때문에 우리 국민은 이제 낡은 지역감정의 틀에서 벗어나 진정한 동서화합을 이뤄 지역간의 분열과 차별, 대립과 갈등, 불신과 증오로부터 해방되고 그것을 뛰어넘어 국민통합과 조국통일을 책무로 생각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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