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색깔이 찬란하고 그 따뜻함이 땅 위의 모든 생명을 더 부지런히 움직이게 하는 이 시기이기에 주님의 부활 소식은 우리를 더욱 들뜨게 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주님의 부활과 봄의 생동감은 한편으로 이에 동참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또 하나의 절망이고 고통일지도 모르겠다. 눈부신 주위의 변화와 다시 살아 움직임을 느끼게 하는 만물의 변화를 정작 느끼지 못하고 절망할 수밖에 없는 또 한편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부활과 봄은 또 다른 절망의 신호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침략전쟁이 인류에게 남긴 고통은 너무 컸고, 도저히 치유될 수 없으리라는 절망감에 분노마저 생겨난다. 무고한 이라크인들의 고통 앞에 전쟁을 막지 못한 책임을 함께 나누기 위해 우리 모두가 참회의 눈물을 흘려야 할 때가 아닌가? 바로 눈 앞에서 펼쳐지는 물리적 힘의 논리에 따르는 세상 지배, 악까지도 선으로 위장하려는 거짓 정의 때문에 죽어가는 평화와 선이 이제는 아예 십자가에 못박혀 괴멸되어버린 듯한 참담한 심정이다.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을 직접 목격하고 두려움에 싸여 다락방에 모여있던 사도들의 심정도 아마 이와 비슷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수많은 사람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면서 열렬히 환호했고 또 이스라엘의 왕이 되실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예수가 그렇게 처참하게 십자가 위에서 죽어가는 것을 보았을 때의 분노와 좌절, 배반의 고통은 그 어떤 감정으로도 대신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고통과 도탄에 빠진 제자들에게 처음으로 나타나셔서 건넨 인사는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평화의 인사」였고, 예수님의 이 인사는 놀랍게도 제자들의 마음을 기쁨과 믿음으로 가득 채우지 않았는가? 부활하신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평화는 너희에게 주는 나의 선물이니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에서 얻을 수 없는 것이다』(요한 14, 27)라고 말씀하셨고, 이에 제자들이 완전히 변화되었음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예수께서 부활하시면서 가장 먼저 선포하신 평화의 메시지가 온갖 불의와 착취, 사기와 폭력으로 얼룩진 이 세상을 하루 속히 평화와 정의의 세상으로 바꿀 수 있기를 희망한다. 위선과 불의를 용기있게 밝혀내시는 주님을 기꺼이 따르는 일, 정의와 진실 그리고 평화를 위해 일하면서 겪게되는 숱한 어려움과 시련이 닥칠 때마다 고통을 견디고 끊임없이 용서하고 또 양심에 호소하고 양심을 따르는 일을 배우는 것이 예수를 따르는 제자로서 평화를 선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자세일 것이다.
이제 평화를 위한 몸부림으로 세계 전체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 더 이상 폭력과 거짓이 세상을 지배해서는 안된다. 하루 빨리 이 세상의 아름다움이 다시 서야 한다. 고통 중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 특히 기아와 폭력, 죽음의 위협으로부터 고통받는 이라크인들이 다시 설 수 있도록, 그리고 평화를 되찾을 수 있도록 세계가 한마음이 되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스런 부활이 세상의 온갖 갈등과 고뇌, 죽음에서 인류를 해방하는 참된 기쁨과 평화이기를 기원한다.
「이동익 신부의 생명칼럼」은 이번호로 끝을 맺습니다. 2년 넘게 칼럼을 집필해주신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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