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은 모든 공동체의 기초가 되는 공동체이다. 인간은 가정을 떠나서는 살 수가 없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란 말은 바로 가정을 두고 한 말이다. 사람은 가정 안에서 생명을 받고, 가족 안에서 성장하다가 혼인을 통해 가정을 이루며 살아간다. 교회는 그래서 인간이 가야하는 수많은 길 중에서 『가정이 첫째 가는 길이요 가장 중요한 길』(가정교서 2항)이라고 가르친다.
5월 「가정의 달」은 이처럼 우리 사회의 가장 기초 단위인 가정공동체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그 자리를 되돌아보는 시기이다. 그러나 가정의 달을 다시 맞는 마음이 밝지만은 않다.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물질만능주의, 이기주의는 전통적인 가족개념을 붕괴시켰다.
현대인의 삶 구석구석을 헤집고 들어온 세속주의와 쾌락주의, 편의주의들은 가정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놓았다. 하루 7쌍이 결혼하고 3쌍이 이혼한다는 최근 통계 수치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현대 가정의 해체 징후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낙태와 같은 반생명적인 행태가 우려할 수준을 넘어섰고, 가족간 대화단절은 청소년 범죄라는 또 다른 부작용의 씨앗이 되고 있다.
신자 가정이라도 일반 가정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것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최근 어느 교구 가정사목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기혼 신자 10명당 4명꼴로 낙태를 경험한 것으로 발표됐다. 또 다른 자료에선 성인 신자의 절반 이상(55.8%)이 『사정에 따라 이혼이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생명경시가 팽배하고 가치관이 흔들리는 가정을 과연 「생명의 성역」이라고 할 수 있을지 개탄스럽다.
교회는 이러한 암울한 현실 앞에서 다시 한번 혼인과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교회가 그동안 벌여온 생명수호운동과 가정사목 활동을 되짚어보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가정이 처한 어려움들에 귀기울이고 보다 현실적으로 그들을 이해하려 노력함으로써 각 가정이 생명에 대한 확고한 믿음으로 무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할 것이다.
신자들도 생명의 근원이신 하느님에 대한 굳건한 믿음에 기초해 「생명과 사랑의 친밀한 공동체」(가정공동체 11항)인 우리 가정이 「덕행과 신앙을 가르치는 첫 번째 학교」(그리스도교 교육선언 3항)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하는 마음으로 가정의 달을 지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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