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나는 지금 중국에 와 있다. 어린이날 보러 오겠다는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고 때마침 내가 다니는 대학원도 축제기간이라 휴강이다. 사스의 한가운데긴 하지만 나는 지금 휴가를 즐기는 것이다.
내가 탄 비행기는 스무명 남짓을 태우고 날아왔다. 도시는 온통 소독약 냄새로 머리가 아프고 아이들은 휴교를 하고 꼼짝없이 집에 틀어박혀 있다. 가게마다 「우리 가게는 매일 소독을 한다」는 안내문이 나붙어있지만 한산하다.
그런가하면 정작 현지인들은 내가 쓴 마스크가 무색하리만치 태평스럽다. 자전거의 물결 가운데 가끔씩 흰 마스크가 보일 뿐 외출도 생활도 사스 따위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투다. 중국 특유의 여유가 아닐까 싶다가도 안전불감증이라는 측면에서 걱정이 되기도 한다.
교통과 통신 등 인프라가 발달하면서 세상은 참 많이 변했다. 이번 사스만 해도 그렇다. 중국은 해마다 크고 작은 전염병이 있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동해 다니면서 이번 사스는 전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60억 인구 중 300여명이 사망한 것은 그 자체만으로는 강도가 높지 않지만 영향력만은 엄청났다. 수출입이 타격을 받고 외교와 주가, 여행 등 전분야에 걸쳐 심대한 영향력을 미쳤다.
바야흐로 우리는 지구화(globali zation)의 시대에 살고있는 것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남의 일이 아니듯이 사스도 남의 일이 아니다. 여기 텐진만 해도 우리 교민이 2만5000명이 살고 일본을 비롯한 동남아는 물론 아프리카 유학생들까지 와 있다.
지구시민사회를 이야기하는 요즘, 우리는 얼마나 세계화되어 있는가를 생각해 볼 일이다. 국민국가를 넘어서는 가치와 인류 공존의 미래까지도 걱정해 볼 일이다.
귀국하면 나는 당분간 왕따가 될 것이다. 이것도 지구화의 영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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