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성모성월이다. 또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가로수가 눈 부시도록 파랗게 새 잎으로 갈아 입었다. 그래서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 했을까?
휴일을 맞아 나들이를 나가면 부모 손잡고 소풍 나온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곱고 이쁘게 보여야 될텐데 그렇지를 않아 눈살을 찌푸릴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이 세상에서 부모의 자식 사랑만큼 당연한고 자연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이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마을에 영이라는 아이가 문득 떠오른다. 부모의 뜨거운 사랑 속에서 커가고 있는 아주 귀엽게 생긴 계집아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외견상 그렇다. 영이는 차림새도 항상 말쑥하고 갖고 다니는 물건들도 다른 아이들이 부러워 할 만큼의 고급품이다.
그런데 얼핏 보기에도 항상 시간에 쫓겨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바이올린 레슨에 피아노 교습도 받아야한다. 그뿐이랴 미술, 성악까지 쉴틈없이 시간표가 짜져있다. 그 아이의 젊은 부모가 아이를 얼마나 아끼고 있는지는 이외에도 있다. 어쩌다 길에서 엄마와 마주치면 아이에 대한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내가 전직 초등학교 교사란 것을 아는 어머니인지라 나를 붙잡고 수다를 쏟아놓는다.
『선생님, 영이는 나의 유일한 보람이예요. 그런데 학교 성적이 떨어져서 어떻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어릴 때 내가 못받았던 전부를 시키고 싶어요. 그래서인지 그애 밑에 들어가는 돈은 조금도 아깝지 않아요』라는 어머니의 말 속에서도 여실히 나타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된 이유는 내가 설명하지 않아도 너무나 명백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부모는 진정 아이를 사랑하고 있다기 보다는 영이를 통해 자기 자신의 허영을 만족하고 있는 대리만족의 도구로 삼고 있는 것이다.
딸의 건강이나 개성은 아예 생각지도 않고 어른의 놀이감으로 생각하고 양육한다는 나의 경험담이랄까, 가벼운 질책에도 영이의 어머니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는다.
영이는 과중한 일과 속에서 억눌리고 있다. 그래서 어린이다운 생활마저 빼앗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기 짝이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5월은 가정의 달.
영이에게 지금 당장 주어져야 할 것이 있다면 바이올린, 피아노 레슨이 아니라 성당의 주일학교를 가게하는 엄마의 손길이다.
성모님의 자애로운 미소에서 영이의 본디 모습이 찾아지면 얼마나 보람되고 곧게 자랄 수 있을까? 또 부디 엄마의 놀이감에서 해방시켜주는 것이 참교육이 아닐런지….
기침이라도 한다치면 부리나케 둥쳐업고 병원부터 찾아간다.
영이의 가슴 한켠에 소복소복 쌓여가는 현실의 때가 자꾸 두터워가고 있음은 모르고 있다. 어찌 이 현실을 영이 한 아이에게만 해당하는 문제일까?
부모의 참 사랑은 훗날의 인간을 내다보는 가르침이어야 진정한 사랑이고 참교육이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때묻은 어른세계에 물들어져 갈수록 가난하고 삭막해져가는 아이들을 치유해야할 의무를 가져야 한다.
『어린이가 아니면 천국에 가지 못하리라』는 성경말씀은 변모될리 없다. 만의 하나라도 아이들의 천사같은 마음에 상처를 입힌다면 예사일이 아니다. 거칠어지는 동심의 밭에 꽃비로 적셔주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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