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 오랜만에 집에서 쉬면서 성소주일 교리교안을 작성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성소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줄까 고민하다 하나뿐인 아들을 신학교에 보낸 대모님께 도움을 얻고자 전화를 돌렸다.
『여보세요』, 『네 대모님. 율리아나예요』, 『아이고 그래 잘 지내지? 어버이날이라고 나한테까지 전화해주고 안 그래도 되는데. 고맙네 그려…』
전화를 받자 마자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는 대모님 앞에서 나는 마냥 죄인이 된 듯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네 네 대답만하고 전화를 끊었다. 너무나 좋아하시던 대모님의 목소리에서 이 전화를 얼마나 기다리셨을까 느껴졌다. 자주 연락드리지 못한 것이 너무 죄송스러웠다.
주일학교 교리교사를 하면서 대녀의 수가 많이 늘어났다. 그래서 사실 내 대녀들이 몇 명인지, 누구누구인지 다 기억나지 않는다. 대녀들 또한 나를 기억하고 있을지…. 그래서 예전에 쓰던 다이어리를 꺼내서 대모님, 대녀들의 이름 연락처, 세례명 축일을 찾아 정리했다.
이번 성소주일에는 신학교를 찾아가지 않고 교리반 학생들과 함께 대부모에게 편지를 썼다. 대부모 이름을 기억 못해 세례대장에서 찾는 학생들이 많아 안타까운 마음 뿐이었다. 사제성소, 수도성소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먼저 신앙심을 키워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아이들이 대부모를 잊지 않게 부모가 얘기해주고 대부모도 자주 대자녀와 연락하면서 신앙생활을 도와줘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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