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권위주의 시절, 우리는 대통령을 주로 뉴스 시간에 만났다. 대통령은 어떤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었고 담화를 발표하거나 「국민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이야기가 아니면 대통령의 목소리조차 듣기가 어려웠다.
온 나라와 심지어 역사를 장악하고 있는 권위는 흔히 대통령 각하로 대표되었고 군복과 선글라스에서 훈장으로 노타이에서 캐쥬얼로 대통령의 메이크업이 달라지는 역사를 따라 어쩌면 우리 사회를 휘감고 있던 권위는 조금씩 희석되거나 사라져갔는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지난 시절 그 「권위」와 싸웠다.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를 지나 지금 우리의 대통령은 확실히 말이 좀 많다. 토론의 달인이라고도 하고 천상 변호사라고도 한다.
취임 후에도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많은 말을 했고 그 말 중에는 때로 듣는 사람을 당혹스럽게 하기도 하고 대통령이 너무 말을 많이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도 했다.
그런 생각들은 우리들 속에 내재해 있는 「말 많으면 공산당」이라는 식의 언행일치(言行一致)사상과 겹쳐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생겨나기에까지 이르렀다.
오늘 나는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그 말 많은 대통령이 드디어 나에게까지 말을 걸어 온 것이다.
요지는 농부(국민)가 잡초(부적격 정치인)를 뽑아야 한다는 것인데 사람들은 「대통령이 이쯤되면 막가자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특히 잡초들의 웅성거림은 비 온 뒤의 잔풍처럼 제법 거세기까지 하다.
대통령은 분명히 잘못된 말을 했다. 잡초를 뽑는 것은 농부들의 몫이고 기나긴 권위주의의 밭고랑을 헤치고 손에 궂은살이 박힌 농부들은 대통령이 친절하게 말해주지 않아도 언제 어떻게 잡초를 뽑아야 하는 지를 알고 있다.
대통령은 농부들이 미덥지 못한 모양이지만 농부들은 특유의 여유로 대통령을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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