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생명존엄에 대한 인식 확산과 생명문화 조성을 위해 제정한 생명의 날이 어느새 9회를 맞았다.
매년 5월 마지막 주일을 생명의 날로 지내며 교구별 본당별로 다양한 행사들이 개최되고 있으나 우리 사회가 처한 작금의 상황은 여전히 생명이 존중되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우리 교회가, 신자들이 가야할 생명을 위한 길이 참으로 멀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최근 한 신문에 의하면 한국 사회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16개국 중에서 어른에 대한 존경심이 최하위였다. 이혼율은 세계 3위, 매일 수천건씩 발생하는 낙태도 세계 상위권이다. 출산율은 1.3명으로 아시아 최하위 기록을 드러내는 한편 세계에서도 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겸허함을 드러냈던 우리 조상들의 정신은 이미 현대를 사는 한국인들에게는 간곳이 없는 듯 하다. 물질주의적 경제성장주의 속에서 자연가족계획법으로 인한 죽음의 문화 조성은 그로부터 30여년이 흐른 지금 앞서 제시한 통계 수치들처럼 실로 가공할만한 결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올해들어 주교회의가 전개하고 있는 「생명31 운동」은 전 교회적 차원에서 새로운 생명문화 건설을 위해 추진하는 연속적 생명운동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는 생각이다.
생명의 보루인 교회가 죽음의 문화가 횡행한 사회 안에서 누구보다 먼저 생명 문화 조성을 위해 앞장서 가야함은 불문가지가 아닐까. 특히 지난 5월 16일 생명31 운동본부가 운동의 서막을 알리는 입장에서 준비한 생명 콘서트는 출연진과 관객들, 그리고 10대 청소년들부터 80대를 맞은 김수환 추기경에 이르는 신분과 연령 계층을 초월한 모두가 생명의 소중함을 노래하고 생명문화 전개를 위해 하나로 마음을 모은 자리였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폭력과 전쟁, 안락사, 이혼급증, 노인학대 등 생명을 거스르는 수많은 죽음의 현상이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생명31 운동은 신자들이 생명수호를 통해 세상 안에서 어떻게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할지 일러주는 지침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생명31 운동이 주교회의가 벌이는 캠페인으로만 기록될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 신자 모두가 함께하고 지역 안에서 생명문화를 가꾸는 행사가 되기 위해서는 전국 교구 본당들이 지역안에서부터 생명문화 조성에 대한 인식을 확대시켜 나가고 또한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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