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이 저물도록 아름다운 이 밤
우리 안에 모신 어머니의 방문을 가만히 열어 봅니다.
문고리는 녹이 슬고 창문은 먼지에 덮여
달빛조차 스며들지 못하는 건 아닌지요.
불도 들지 않는 냉방에 어머니를 모셔 놓고
까맣게 잊고 있지나 않았는지요.
당신이 우리 안에 살아 계심을
왜 자꾸 잊고 사는지
뉘우치고 또 뉘우치며
어머니를 다시 한번 우리 가슴에 새깁니다.
꽃도 풀도 한 순간에 지고
푸르던 잎도 곧 말라 땅에 떨어져 버리고
코끝을 스치는 미풍도 언제 구름 속에서
태풍을 일으킬지 알 수 없습니다
모든 것들이 우리 곁에 잠시 머물다 속절없이 떠나버리지만
어두운 골목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으며
달빛처럼 환하게 우리를 감싸주시는 어머니
당신은 변함없으십니다
이 세상 눈물 나는 곳이 너무 많아
어머니 옷깃은 늘 젖어 있을 테지만
이제 우리 마음이 그곳에 먼저 닿게 해주십시오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고
수 십 번 수 백 번 드리는 묵주기도보다
어머니가 마음 아파하는 그곳에 우리가 먼저 가겠습니다.
배고픈 자에게 밥을 떠 주고
장애인의 손발이 되어 주고
고통으로 가슴을 치는 자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며
이 세상 모든 상처의 중심에 어머니와 함께 머물겠습니다.
꽃으로 장식한 가장 높은 자리에 모셔 놓고
더 이상 어머니를 외롭게 하지 않도록
당신의 시린 맨발을 먼저 보게 해주십시오
세상을 향해 활짝 우리 마음을 열어 놓아
어미니의 향내가 널리 퍼질 수 있도록
다시는 어머니를 어둡고 차가운 마음 안에
가두어 두지 않겠습니다.
어리고 순한 아이처럼
일평생 어머니의 옷자락을 잡고 그 걸음을 따라가겠습니다.
나의 어머니 마리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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