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실시한 「근현대 100년 속의 가톨릭교회」 전문가 조사 보고서는 한국 교회가 당면한 과제들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었다고 할 수 있다. 전문 연구자 200여명이 참여한 조사는 전문적 식견과 통찰력을 지닌 연구자들의 견해라는 점에서 한국 천주교의 어제와 오늘을 평가하고 전망하는 지침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먼저 한국 교회가 풀어야 할 문제점들을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교회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와 문제점으로 성직자의 권위주의, 자기중심주의와 이익집단화, 사회봉사/사회참여 부족, 중간층/부유층화, 양적 팽창/외형에 치우치는 모습, 외래종교 모습 극복/한국화 노력 부족, 세속화 등이 10% 대로 고루 나타났다.
이 문제점들은 90년대 교세 증가율 감소, 냉담률 상승, 주일미사 참례율 감소 등 부정적인 지표들이 두드러지기 시작하면서 꾸준히 제기되어온 문제이며 나름대로 사목 대안들이 모색됐다. 하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문제와 과제들이 객관적인 시각으로 다시 확인되고 더욱 분명한 문제 제기로 나타남으로써 이제 더 적극적·본격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교회 내부의 반성은 다소간 어려움은 있겠지만 선교와 복음화에 있어서 『잘될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낙관론이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낙관적인 시각은 그 동안 누려왔던 「영향력과 사회적 위신」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보고서의 지적대로 긍정적인 사회적 역할을 통해 급속한 양적 팽창과 현격한 사회적 위신의 상승 경험은 위기의 시기에서조차 낙관론을 가능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한국 종교 일반이 경험하는 영향력과 설득력의 쇠퇴 현상과 함께 천주교 자체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로 인해 더 이상 근거가 불충분한 낙관론은 위험하며 앞으로의 노력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한국 천주교회는 지난 100년간 근대화와 사회 발전에 막대한 기여를 해왔다. 사회복지와 의식개혁, 민중계몽, 정치발전 등 각 분야에서 큰 역할을 담당해옴으로써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의 긍정적인 평가에 안주하지 않고 보다 객관적으로 과거와 현재를 조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과감하게 새로운 면모로 일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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