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세계유기농회의 참가 및 쿠바 유기농업 선진지 연수시찰단 23명이 5월 21일∼6월 1일 쿠바를 다녀왔다. 아래는 한국가톨릭농민회 대표로 참석한 마산교구 서정홍 국장이 쿠바 유기농 현장을 방문한 뒤 소감을 적은 글이다.
한국가톨릭농민회 전국본부 정기환 총장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형님, 이번에 쿠바에 한 번 다녀오셔야겠습니다. 친환경농업단체연합회에서 11박 12일간 쿠바 유기농업 연수를 갑니다. 꼭 다녀오셔서 우리나라도 대안을 마련해야지요』
「그래, 배우는 것도 때가 있는 법이지. 가서 보고 듣고 배워서 농약이 없으면 거의 농사를 짓지 못하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에 새로운 대안과 희망을 찾아보자」
북한을 빼고 나면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남지 않은 사회주의 국가 쿠바는 인구 1100만명 밖에 안 되지만, 온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21세기는 핵폭탄 보다 더 무서운 것이 「식량전쟁」이라고 말하는 학자들이 많은 지금, 쿠바는 식량을 거의 100% 자급자족하고 있고, 그것도 어디에서나 마음놓고 먹을 수 있는 유기농업으로 농사를 지어서 살아가고 있으니 기적 가운데 이보다 더 큰 기적이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 나라 식량자급률은 25%밖에 안 되고, 그것도 쌀을 빼고 나면 5%밖에 안 된다고 하니 우리 민족은 「거지민족」입니다. 손발이 멀쩡한데 남의 나라에 손을 벌려서 얻어먹고 목숨을 이어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쿠바는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훌륭한 나라입니다.
「기적의 땅」, 「생명의 땅」 쿠바에서 보낸 11박 12일 동안의 감동을 이 자리에서 다 이야기 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꼭 따라 배워서 실천해야 할 것, 따라 배워서 실천하지 않으면 안될 한 가지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시대 상황에 따라 어려운 처지를 겪게 되어 백성들이 굶주림에 허덕이게 되거든 꼭 쿠바에서 배우기를 바랍니다.
같은 사회주의지만 북한은 백성들이, 어린아이들까지 살아남기 위해 도망을 가거나 몸을 팔거나 굶어서 죽어가지만, 쿠바는 북한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서도 어느 한 사람도 굶어죽지 않았다고 합니다.
쿠바는 수 백년 동안 스페인과 미국의 지배 아래 고통을 받다가 1959년 쿠바혁명을 승리로 이끈 다음, 1991년 소련 붕괴로 다시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입에 의존했던 연간 100만톤의 화학비료, 200만톤의 사료작물, 2만톤의 농약, 트렉터나 기계부품 들이 한꺼번에 공급받을 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온 백성들이 이제 굶어죽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도 쿠바는 비상사태 선언인 「특별시기」라는 이름으로 식량자급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서 지금까지 유기농업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지금, 세계 모든 나라들이 쿠바 유기농업을 배우기 위해 끊임없이 찾아들고 있습니다. 우리도 하루빨리 안전한 식량자급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합니다.
휴대폰을 팔아먹고 그 대신 식량을 수입해서 백성들을 먹여 살리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합니다. 그 생각이 얼마나 나라를 망치는 것인지, 얼마나 우리 농촌과 환경을 파괴시키는 것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잘 알면서도 편리함에 빠져서 그저 모르는 척 하고 있을 뿐입니다.
무엇을 먹고 마실 것인가? 그것이 우리 나라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에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그것이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우리 농업과 농촌을 살리는 일은 농촌 사람들만 해야 할 일이 아닙니다. 국가와 종교와 모든 백성들이 함께 나서야 합니다.
쿠바처럼 「비상사태」를 선언해서라도 계획을 세워서 자급자족할 수 있는 굳건한 나라를 다시 세워야 합니다. 이것이 제가 쿠바에서 배운 가장 큰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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