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저녁, 혜화동성당에서 열린 「사형제도 폐지 기원과 이도행(세바스티아노) 무죄확정 감사미사」는 이도행씨 개인의 무죄확정을 기념하는 단순한 행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날 참가한 국내 7대 종단 대표와 신도들은 올해를 사형폐지의 원년으로 삼자고 선언했다.
우리가 이미 오래된 「사형폐지」 논란에 새삼 주목하는 것은 아직까지도 논란에 그칠 뿐 보다 가시적인 성과나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가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형제도가 폐지돼야 한다는 당위성은 이미 여러 기회에 주장되어 왔다.
사형제 폐지 주장의 가장 큰 논거는 바로 「사형선고의 불완전성」에 있다. 수백명의 흉악범인을 단죄한다 해도 단 한명의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지난 8년간 사형과 무죄판결을 번갈아 받으며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이도행씨의 사례는 바로 사형제도가 또 하나의 사법적.제도적 살인일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사형제도 존치를 주장한는 이들이 내세우는 「범죄억제력」 또한 그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이 여러 사례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미국의 범죄학자 서덜런드는 미국의 사형 폐지주(洲)와 존치주의 살인죄 발생건수를 비교해보았더니 폐지주에서 늘지도, 보존주에서 줄지도 않았다고 했다.
사형폐지는 이제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현재 인권선진국을 비롯한 세계 125개국에서 이미 더 이상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다. 2002년 12월 현재, 77개국에서 완전 폐지됐고, 15개국은 일반 범죄에 대해서 사형을 폐지했다. 33개국은 사실상 폐지 국가이다. 따라서 우리 나라가 경제 선진국뿐만 아니라 인권 선진국 대열에 들기 위해서도 사형제도의 폐지는 요구되고 있다.
다행히 국민의 정부 5년간 모두 11명의 사형수가 새로운 삶의 기회를 부여받았다. 이는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지난 정권의 의지뿐 아니라 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열망이 반영되었음을 확인한 계기였다.
따라서 차체에 노무현 참여 정부가 「임기내 사형집행 유보」를 선언하기를 우리는 기대한다. 아울러 지난 2002년 10월, 155명의 국회의원이 동의하고도 국회 본회의에 상정 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사형폐지특별법안」이 하루빨리 상정될 수 있기를 촉구한다.
사형제도 폐지 입법 추진과 함께 죽음과 보복의 문화를 생명과 상생의 문화로 바꾸어 가기 위한 노력에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