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 결혼을 하게되면 당신과 결혼하겠다니까 친구들 모두 의아해 합니다』 『네 남편 키도 작고 잘생긴 얼굴도 아닌데 몇 십년 동안 살아 오면서 지겹지도 않느냐는 거예요』
결혼해 30년 가까이 살면서 아내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어서 내심 당황이 되고 부끄럽기까지 했다. 아내의 얘기가 나를 부끄럽게 한 것은 만일 내 친구들이 같은 질문을 했을 때 나 역시 아내와 같은 대답을 했을 것인가이다.
여섯 살 차이의 아내는 할아버지와 의붓 할머니 밑에서 손위 오빠와 함께 자랐다. 장인은 6?25때 학살당하셨고 이에 마음병을 얻은 장모는 중1때 돌아가셨다. 70년대 초 아내를 처음 알게되어 몇 년 뒤 결혼에 이르기까지 아내와 나는 마음 고생을 퍽 많이 했다. 부모도 없고 신앙인도 아닌데다 동성동본 등으로…. 그럼에도 나의 고집을 꺾지 못해 부모님은 결혼을 승낙하셨고 성년이 된 두 딸의 부모가 됐다.
내 집안을 위해 결혼을 포기하려 했던 아내의 비장한 결심을 가끔 떠올린다. 그동안 서로의 성격차를 비롯한 가정경제와 부모님과 아이들, 형제 등의 문제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신앙의 힘으로 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당신은 하느님 때문에 나를 절대 버리지 못하고 어떤 잘못도 용서할 거예요. 하지만 당신의 사랑은 가슴에서가 아닌 하느님이 무서워서 하는 의무적인 사랑이예요』 나에 대한 아내의 요약된 평가다.
심성이 곱고 입이 무거운 아내의 눈 밑에도 잔주름이 늘어간다. 아내는 몇 십년 신앙의 선배인 나에게 인간 사랑의 새로움을 깨우쳐 주었다. 머리와 마음, 의무감이 아닌 뜨거운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그래서 「다시 태어나도 당신과 함께」하는 진정한 사랑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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