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8일 살레시오고등학교 체육관에서는 살레시오중.고등학교 총동문회 주최로 「제23차 벗들의 큰모임」이 성황리에 열렸다.
벗들의 큰모임은 해마다 5월이면 모교에서 열리는 살레시오중.고등학교 동문회의 가장 큰 행사이다.
살레시안이 아닌 필자가 살레시오중.고등학교에 대해 조금 알고 있는 것은 학창시절 집 근처에 살레시오중.고등학교(당시 교명은 사레지오)가 있어 매일 아침 버스를 타고 학교 정문 앞을 지나갔는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외국인 신부(나중에 교장 신부라는걸 알게됨)가 학생들을 맞이하는 모습을 봐왔으며, 언론인 생활을 하면서 많은 살레시오고등학교 출신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올해 아들이 살레시오고등학교에 입학했고 무등일보 편집국 교육부장으로 재직하며 교육전문 주간지인 무등교육신문에 살레시오중.고등학교를 특집으로 소개한 적이 있다.
오늘의 살레시오중.고등학교가 있기까지에는 설립자로서 초석을 다진 마르텔리(馬) 신부를 빼 놓을 수가 없다.
약간 목쉰 듯한 한국말 발음, 만사를 긍정하는 호탕한 웃음소리, 능숙한 운전, 거기에다 성직자로서 갖춘 정직성, 솔직하며 꾸밀 줄 모르는 인간 자세, 활동적이고 섬세하며 항상 분망 속에 시간을 요리할 줄 아는 덕인이 바로 이탈리아 출신의 마 신부였다.
1954년 패기와 정열이 넘치는 38세의 마 신부가 일본 관구장 달크만 신부의 명을 받고 살레시오회원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의 광주에 발을 딛었다.
광주에 도착한 후 살레시오중.고등학교를 설립한 마 신부는 초대 교장에 취임한 이래 1981년까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아침 학교 정문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이하는 등 학생들과 함께 하면서 학교 발전에 이바지했다.
아울러 한국 살레시오수도원을 창립하고 회원들을 양성했다. 1976년 회갑을 맞이한 馬 신부는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광주시장으로부터 명예시민증을 받을 만큼 한국인과 깊은 인연을 맺고 늘 한국인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았다.
마 신부는 『나는 꼭 한국 땅에서 살다가 한국 땅에 묻히겠다』고 종종 말을 해 곁에 있는 한국인들의 가슴을 따스하게 했다. 이러한 마 신부의 바람은 이뤄졌다.
1982년부터 골수암을 앓아온 마 신부는 결국 1984년 8월 6일 선종하면서 당신 자신이 그렇게 원하던 한국땅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게 됐다.
돈보스코의 청소년 교육사명을 수행하는 살레시오중.고등학교는 인성교육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필자의 아들이 중학교 3학년때 진학할 고등학교를 지망할 당시 집 인근에 살레시오고등학교 보다 더 공부를 잘 가르치는(속칭 명문대학 입학생 수로 봐서) 고등학교가 두곳이나 더 있었지만 아들은 제1지망으로 살레시오고등학교를 원했다. 나 역시 흔쾌히 동의했다. 필자가 천주교 신자(아들은 아님)이기도 했지만 인성교육을 최우선으로 하는 돈보스코의 교육철학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들을 학교에 보낸지 10년만에 처음으로 고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로부터 편지를 받아 감동했으며, 중학교때 약간의 말썽을 피웠던 아들 역시 크게 달라졌다. 매일 하던 컴퓨터게임도 안하고 공부도 스스로 열심히 해 성적도 향상됐고, 천주교에 입문하기 위해 예비신자로서 교리공부를 하고 있다.
이러한 아들을 보고 그래서 천주교 신자도 아닌 학생들이 살레시오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친절한 신부와 수사, 그리고 훌륭한 모범을 보여 주신 교사들의 영향을 받아 나중에 신학대에 진학해 신부가 되고 수사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살레시오고등학교 교정에는 교사와 학생들과의 사이에 가정에서도 느낄 수 없는 인간적인 그 무엇이 흐르고 있는것 같다.
또 광주에는 살레시오여자중.고등학교와 살레시오 초등학교를 비롯 까리따스수녀회에서 운영하는 까리따스유치원 등 각종 교육기관이 있어 돈보스코의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이제 내년이면 살레시오 한국 진출 50주년을 맞는다. 이 땅에 돈보스코의 씨앗이 뿌려진 지 50년이 되는 뜻깊은 해인 것이다.
초창기 선교사들이 흘린 땀방울의 결실들이 반 세기여가 흐르는 동안 하나둘씩 영글어가고 있다. 우리 모두 이들의 노고를 기리고 공동체.가정.학교 안에서 젊은이들과 함께 동반되어 가는 여정속에 「성화(聖化)」의 삶을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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