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그랬다.
『수요일은 물 흐르듯 살아야 하는 게 수요일이다』
여기서, 「물 흐르듯」이란 표현은 「아주 쉽게, 자연스럽게」란 말이 되겠지. 이렇게 물은 쉽게도 아래로 아래로 아주 자연스럽게 잘도 흘러가는데 우리 사람들은 왜 이렇게 온몸에 힘을 주며 힘들게 사는지 모르겠다. 우리한테는 「물 흐르듯」, 이런 가장 쉬운 것처럼 보이는 방법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오늘 우연히 펼쳐든 책에서(구본형, 「사자같이 젊은 놈들」) 우리가 흔히 인디언이라고 부르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들소 사냥 법 이야기를 읽었다.
떼를 지어 다니는 들소를 사냥하는 인디언들의 사냥 방법은 힘으로 혹은 무기로 들소를 사냥하는 것이 아니라, 달릴 때 머리를 숙이고 앞에 가는 놈 궁둥이만 쳐다보며 무조건 따라 달리는 들소들의 특성을 십분 이용해서, 들소 떼를 낭떠러지 절벽으로 몰아붙인다고 한다.
그러면 앞서 절벽 끝에 몰린 들소들은 뒤에서 밀려오는 놈들한테 밀려서, 정지할 틈도 없이 절벽 밑으로 떨어지게 된다는 것…. 속된 말로 하자면 「손도 대지 않고 코푸는 식의 방법」으로 들소들을 사냥한다고 한다.
나는 책을 덮고 절벽 밑으로 추락하는 들소들을 상상해 보았다. 「함께 있음」으로 장관을 이루는 들소 떼.
그러나 함께 몰려다니고, 함께 먹고, 함께 자고, 함께 생활하는 그 강력한 군집력이 어떤 경우는 「통제할 수 없는 떠밀림」으로 작용되어 모두가 죽음의 절벽 아래로 추락하는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우리는 그런다.
『모르면 중간이나 따라가면 되지』『위기라고 느껴질 때는 남들이 하는 대로 그냥 따라가면 된다』라고….
우리는 떼 속에 몰려 있어야 안심을 하게 되고 위안을 받는다. 더욱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를 때는 다른 사람이 하는 대로 따라하게 된다. 세상의 대세와 주류 속에 섞여 있으면 별 탈 없이 무난한 일상을 보낼 수 있다고 믿는다.
다수는 틀릴 수 없는 것이고, 설사 틀리고 잘못되더라도 다수이기 때문에 구제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다수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된 행동을 보일 때 우리는 스스로를 불안해하며, 그 「독립」을 「이탈」로 여기며 불안에 떤다.
그러나 들소 떼에 대한 비유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행동을 할 때가 가장 위험하다는 은유적 메시지가 아닐까?
「나는 나」로서 남아 있어야 한다는(各立) 경종이 되는 건 아닐까?
이렇게 무조건 달리다 절벽 아래 밀려 떨어지는 들소의 교훈대로 우리도 죽지 않으려면, 때로는 속도를 줄이고 멈춰서야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런 공상까지 하게 되었다.
한 달에 한 번, 아니 한 달에 한 번이 어렵다면, 일년에 한 번이라도 하루는 옛날 원시 시대처럼 사는 날을 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 날은 자동차도 없고, 직장도 없고, 공부도 안 해도 되고, 패스트 푸드 음식도 없고, 경보장치도 없고, 인터넷이나 증권 시장도 쉬는 그런 날….
발전의 속도를 잠시 정지시키고, 꾸며진 허식들을 벗어 던지고, 원초적 삶의 방법들을 확인해 보는 날….
그래서 인간 그 자체가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몸들인가를 확인해보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공상….
글쎄, 나의 이런 공상이 남들에게는 철없는 소리로 들릴까?
『수요일은 물 흐르듯 살아야 하는 게 수요일이다』라고 누군가 말했다. 여기서, 「물 흐르듯」이란 표현은 「아주 쉽게, 자연스럽게」란 말이 되겠지.
이렇게 물은 쉽게도 아래로 아래로 아주 자연스럽게 잘도 흘러가는데 우리 사람들은 왜 이렇게 온몸에 힘을 주며 힘들게 사는지 모르겠다.
우리한테는 「물 흐르듯」, 이런 가장 쉬운 것처럼 보이는 방법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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