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이 좋아 대학 학우 4명과 함께 대폿집과 포장마차집, 야간 등산으로 이어지는 망년회를 가졌던 1966년 12월 31일. 어쩌다 자정이 넘어 친구 집에서 묵게 됐는데 바로 그날 밤이 내겐 평생 잊지 못할 날이 됐다. 연탄가스에 중독돼 불귀의 객이 될뻔 했기 때문이다.
잠결에 느닷없이 『슈웽』하는 바람소리와 함께 『찔-찔-찔』 괴상한 금속성 소리가 양 귓속으로 타고 들어와 머릿속 가장자리로 돌진하더니 금새 하나로 합쳐져 머리 한가운데의 원점을 향해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며 조여왔다. 이어 누군가로부터의 죽음의 예고, 죽음의 공포, 살아야겠다는 처절한 몸부림, 수를 세어라, 묵주를 쥐어라는 소리 등 신비스런 일들이 몇 차례 반복됐다.
친구와 내가 죽음의 벼랑 끝을 향해 가고 있을 무렵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안방에서 잠을 자던 친구 누나가 소피가 보고 싶어 방문을 열고 화장실로 향하다 마루에서 『꽝』하고 넘어진 것이다. 우리의 구원자는 바로 그 누나였다. 누나 역시 우리 방문을 통해 마루를 거쳐 번진 연탄가스를 상당히 마셨던 것이다. 아무튼 3일만에 의식을 찾았을 때 눈도 귀도 제기능을 못해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는 보름이 지나야 했다.
얼마 전 「아담아 너 어디에」라는 표제로 펴낸 산문집에 이 체험을 「죽음의 문턱」이라는 소제목으로 실었는데 반응이 의외였다. 『정말 그런 체험을 했느냐』, 『당신을 살려주신 분은 바로 하느님과 성모님이다』라는 등등.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운명이다. 우리는 주변의 숱한 죽음을 보면서도 막상 자신에게 죽음이 닥칠 것이라는 데에는 꾀나 무감각하다. 살아 있음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일깨워준 이 체험은 적어도 내겐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반성케하는 마르지 않는 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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