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늦추지 말고 도리어 힘을 다하여 역량을 더하여, 마치 용맹한 군사가 병기를 갖추고 전장에 있음 같이 하여 싸워 이길지어다. 부디 서로 우애(友愛)를 잊지 말고 돕고, 아울러 주 우리를 불쌍히 여기사 환난을 앗기까지 기다리라』
한국교회 최초의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1846년 8월말 옥에 갇혀 있을 때 마지막으로 신자들에게 쓴 회유문의 한 구절이다.
짧은 이 구절을 보더라도 김대건 신부는 신자들이 그 어떤 환난을 당하더라도 싸워 이겨 낼 것을 강조하고 서로 사랑하며 돕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 넘치고 있다.
16살 어린 나이에 사제가 되기 위해 10년 가까운 세월을 말도 통하지 않고 기후도 다른 중국 땅에서 어렵게 공부했지만 사제가 된 지 9개월만에 그 꿈도 채 펴보지도 못하고 26세라는 젊은 나이에 군문효수를 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김대건 신부의 착잡한 심정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꿈에도 그리던 고국으로 돌아오던 모습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뭉클해 진다. 추운 엄동설한에 혹여 들킬까봐 발자국 소리마저 없게 하려고 눈길을 맨발로 걷기도 했다. 아버지는 참수당하고, 어머니는 비참한 몸으로 떠돌아 다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미어지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절대로 신앙을 버리지 말기를 당부하고, 오히려 또 다시 목자없이 버려질 신자들의 앞날을 걱정하며 하느님께 기도를 드릴 정도로 우리들을 사랑하셨다.
7월 5일은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대축일이다.
오직 이 땅의 신앙자유와 신자들의 구원을 위해 애썼던 김대건 신부의 마음처럼 현대를 살아가는 사제들도 사제품을 받을 때 주님의 제단 앞에 엎드려 약속했던 그 삶을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면서 길 잃은 양들을 품에 안아주는 사제가 되길 기도 드린다.
사제로서의 삶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삶이다. 예수님께서 모든 것을 아버지이신 하느님께 내맡기고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셨듯이 사제들도 예수님처럼, 김대건 신부처럼 목숨을 내어놓으면서까지 양들을 위해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신자들 또한 처음 세례를 받을 그때의 감동과 다짐을 잊지 말고, 참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참 목자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매 순간마다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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