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기술(Inter mirifica).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사회 매체에 관한 교령」이 라디오와 텔레비전과 같은 매스미디어에 부여했던 이 칭호는 이제 인터넷에 돌려야 한다. 인터넷은 지금 지리적 거리와 시간적 격차를 넘어서는 현대의 가장 「놀라운 기술」의 총아로 불리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 사용자의 폭발적인 확대와 인터넷 보도 매체의 영향력 증대는 기존 미디어들의 지위를 크게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한 인터넷 언론은 새 대통령이 취임 후 최초로 단독 인터뷰를 해서 세간의 관심을 끌더니, 이제는 아예 영향력 면에서도 국내 7위의 언론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언론의 영향력 증대와 함께 이에 따른 보도윤리 문제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 기간 동안 이 언론사가 보여 준 특정 정당과 후보에 대한 노골적이고 편파적인 기사라든가, 촛불 시위를 통해 일약 인터넷 스타로 떠오른 이 언론사 시민 기자의 비상식적 기사 등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바 있다. 그러던 이 언론사가 최근에는 꽃동네와 오웅진 신부, 나아가 청주교구에 대해서 상당히 선정적이고 일견 악의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인터넷 언론사는 지난 해 5월 31일에 「금광 놓고 꽃동네-광산업자 왜 싸우나」라는 기사를 내보낸 이래 무려 40여 개가 넘는 꽃동네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꽃동네와 오웅진 신부에 대한 추측성 기사들이 메인 기사로 선정되어 올려지는가 하면, 특별취재팀까지 구성하고 사회면에 「꽃동네 미스터리 섹션」을 두기도 했다.
그런데 이 기사들 중의 상당수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꽃동네에 대한 검찰 수사를 언급하면서 사실(fact)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사건 주요 당사자의 입장을 균형있게 전달하고, 동시에 의도적이거나 암묵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부당한 보도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언론 보도의 윤리 원칙을 현저히 거스르고 있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꽃동네 주변 마을에 산다는 이른바 재야 인사라는 사람과의 인터뷰는, 현재 태극광산과 꽃동네가 분쟁 상태에 있는 점을 감안했다면 그가 태극광산의 입장을 적극 지지하는 사람임을 먼저 분명히 언급했어야 했다.
또한 「꽃동네 민심 르포」라고 하면서 주로 꽃동네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선별적으로 인터뷰한 것은 꽃동네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확산시키려는 의도로밖에 도저히 해석할 길이 없다. 이밖에 정확한 증거 자료나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막연한 추측성 기사를 남발하는 전형적인 황색 언론의 표본을 보여준 기사가 한 두 개가 아니다.
기존의 언론보도 윤리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정확성, 공정성, 균형성의 개념으로 설명되어 왔다. 그런데 이 원칙이 인터넷 언론에서는 무시되어도 되는 것인가?
아니면, 그 해당 언론사 스스로도 자신이 그렇게 비판하던 이른바 메이저 언론들의 행태를 닮아가는 것인가? 이 언론사가 그렇게 자랑하는 「쌍방향적 검증」 시스템은 기사에 반영되지 않는 그냥 겉치레 기능에 불과한 것인지 묻고 싶어진다.
영향력은 확대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취약한 경제성에 따른 선정주의에의 유혹이나 이른바 시민 기자들의 전문성 부재 등의 문제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이 가난하고 병들었지만 스스로를 세상 어느 한군데 의탁할 곳 없었던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살아온 한 천주교 사제의 인격권을 이렇게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다.
지난 일 년여 동안 진행되어 온 꽃동네와 오웅진 신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제 막바지에 이른 것 같다.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꽃동네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과 우리 신자들은 진정으로 이 사태에 대해 마음 아파했다. 당시의 사정이 어떠했든 만일 꽃동네와 오웅진 신부에게 한 점의 의혹이라도 발견된다면 그것은 당연히 법대로 처리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일부 언론들의 성급하고 과도한 꽃동네 비판은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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