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활고를 비관한 한 주부가 세 자녀를 아파트 14층 창문 밖으로 떨어뜨리고 자신도 몸을 던져 목숨을 끊은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다. 이는 참으로 안타까움을 넘어서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일일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슴을 치며 「내 탓이오」를 외쳐야 할 일이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단란한 가정을 꾸려오던 이들의 불행은 3년 전 남편이 직업을 잃으면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다니던 공장이 부도가 나면서 일용직 노동자로 생계를 유지하던 남편과 함께 부인도 식당 일을 하면서 생계를 꾸렸지만 세 아이들을 데리고 살아가는게 팍팍했을 것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죽을 용기로 살아간다면 무엇을 못할 것인가 하는 마음도 든다. 더군다나 살려달라는 아이들을 그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 죽인 모진 행동에 대해서 비난받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얼마나 살아가기가 막막했으면 죽음의 길을 선택해야 했을까 하는 안타까움, 자기가 죽은 뒤 아이들이 겪을 비참함을 생각해 함께 죽음의 길을 택했다는데 대해 동정의 마음이 앞서기도 한다.
어찌됐든 이번 사건이 결코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되는 가장 비극적인 일이라는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먹을 것이 없고 입을 것이 없어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들을 죽음의 길로 내모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모두가 이 비극의 공범자라는 사실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우리 이웃이 이 지경이 되기까지 아무도 도움을 줄 수 없었다는 말인가. 국가와 사회는 이렇게 한 가정이 송두리째 뿌리뽑힐 때까지 도대체 무엇을 했다는 것인지를 반성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번 사건의 당사자보다도 더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들 모두가 이처럼 인생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좀 더 용기를 갖고 살아가지 못한 것에 대해서 손가락질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우리는 우리 주변에 이처럼 삶을 힘겹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지는 않은지 꼼꼼하게 다시 한번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이른바 IMF 위기를 지나오면서 우리 사회의 빈부 격차는 더욱 그 폭이 확대되고 있다. 넉넉한 사람들은 더 갖고 없는 이들은 있는 것마저 잃어가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배려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열심히 살아가면서도 더 깊은 가난과 소외의 나락으로 빠져드는 사람들에게 사회와 그 구성원 모두는 나눔의 삶을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우리 모두 각자 한 사람 한 사람으로부터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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