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책상정리를 했다. 책상 구석에는 내가 언제 썼는지 모르는 메모들이 가득했다. 한 메모지엔 「고마운 사람들」이라고 써있고, 그곳엔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이름들이 한 줄로 서서 질서 있게 시민정신을 지키고 있었다. 이름들은 과연 무엇을 기다리는 걸까?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책상정리는 이어지고 책상서랍을 열었다. 물론 서랍도 엉망이긴 마찬가지였다. 청소도구로 서랍 속 먼지를 닦아내고 쓸데없는 종이와 휴지들을 버리면서 내 눈에 번쩍 뜨이는 게 있었다. 포장지로 잘 접어진 두툼한 편지와 축하카드 뭉치였다. 난 마음속으로 『그래도 이게 나한테는 소중했나 보네』하고 생각했다. 그리곤 포장지 편지와 카드를 따로 책상 위에 두었다.
어느 덧 책상정리는 끝났다. 손을 탈탈 터는 순간, 책상 위에 놓인 포장지 편지가 생각나, 편지들을 뜯어보기 시작했다.
그곳엔 여러 편지들이 쏟아져 나왔다. 생일 축하 카드, 친구들이 보내준 메모와 편지들, 소중한 아빠의 카드…. 그 속에서 눈에 띄는 편지가 하나 있었다. 꽁꽁 묶어 둔 편지, 누가 볼세라 정신없이 굳건히 닫아놓은 편지였다. 그 편지 속의 주인공은 나랑 동갑내기 편지 친구인 윤정이라는 아이였다. 그 아인 나를 무척 좋아하고 따랐는데, 난 그 친구를 소홀히 했던 것 같다. 그 아이의 글 속에 모든 의미가 함축돼 있었다.
친구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기쁠 때나 힘들 때나, 나와 모든 것을 공유하고 싶어했지만, 나는 그의 마음을 몰라주었던 것이다. 그 친구를 처음 편지로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윤정이의 꽁꽁 묶여있는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 나는 날카롭고 긴 칼을 이용해 단숨에 열었던 것이다.
갑자기 내 머릿속에 메모지가 스쳐갔다. 서랍을 열고 메모지를 보니, 그곳 명단에는 윤정이가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오늘 저녁엔 윤정이를 위한 내 마음속의 편지를 열어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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