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주일학교는 여름 행사를 준비하는 교사들의 분주함으로 시장터를 연상케 할 것이다. 한 해의 대목처럼 모두가 행사 준비에 바쁜 가운데 우리는 「캠프」 또는 「코이노니아」, 「산간학교」 등으로 불리는 이 행사의 당위성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한 주일학교 교사를 붙잡고 「왜 캠프를 준비하느냐?」고 물었더니 질문의 뜻을 모르겠다는 듯 바라본다. 사실 많은 사목자와 교사, 그리고 참가하는 학생이 여름 행사에 대해 당위성을 잊은 채 매년 하던 행사니까, 또 이웃 본당도 모두 하는 행사니까 우리도 해야 한다는 식의 생각을 갖고 있다.
사실 주일학교 여름 행사는 별다른 놀이거리와 휴가 프로그램이 없던 시절 학생들에게는 최고의 야외 프로그램이었다. 행사를 준비하는 교사도, 그것을 기다리는 학생도 모두 가슴 설레며 날짜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2003년 오늘날 주일학교 여름 행사를 생각해 보면 백화점이나 방송국이 마련한 캠프보다 재미도 없고, 고적 답사나 배낭여행 프로그램보다 흥미도 떨어진다. 하지만 대다수 교회 공동체는 예전에 재미있었다는 사실 하나에 의지한 채 오늘도 캠프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30년 가까이 주일학교 여름 행사 내용은 크게 변한 것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주일학교 캠프가 자원과 공간, 그리고 내용에 있어서 제한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반 캠프는 그러한 제한을 넘어서 학생들에게 새로운 흥미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지만, 주일학교의 경우는 동기를 극대화하는 수밖에는 참가를 격려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우리는 주일학교 여름 행사를 바로 보고, 신앙적으로 또 사목적으로도 분명한 정체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주일학교 캠프는 주일학교 나름대로의 색을 가져야만 한다. 방법은 몇 가지가 있을 수 있겠는데, 첫 번째 우리만의 색은 「영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캠프가 피정은 아니지만, 학생들이 자연 속에서 하느님의 섭리를 만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공동체 정신」을 가꾸는 것이다. 학생들이 캠프를 통해서 가족 공동체, 그리스도교 형제 공동체의 모습을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신앙 교육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재미와 흥미도 중요하지만 프로그램의 내용이 신앙 교육의 연장선상에서 준비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 주일학교도 여름 행사의 방향을 새롭게 생각해 볼 시기를 맞이했다. 우선 기존의 캠프 틀부터 바꿔보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꼭 특정한 시기에 학년 전체가 몰려가기보다, 방학 내내 한 학년 정도씩 주제를 갖고 움직일 수도 있으며, 초, 중?고등부 행사를 따로 준비하기보다 본당 구역별로 전체 학년 학생을 묶어서 행사를 마련할 수도 있겠다. 야영장이나 수련장만을 고집하기 보다 바닷가나 계곡도 좋고, 수도원 방문도 가능할 것이다. 우리만의 주일학교 행사는 일반 캠프가 학생들에게 줄 수 없는 것을 줄 수 있어야 하며, 비록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이것이 우리가 신앙 안에서 캠프를 지속해나가야 할 당위이기도 하겠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만의 색으로 가꿔나갈 수 있을까? 가장 손쉬운 방법은 프로그램을 특성화시키는 것이다. 즉 「출애굽 캠프」, 「박해 캠프」, 「예수님과 광야 캠프」, 「초대 교회 캠프」 등 성서와 교회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말이다. 지역적 환경이나 경제적 여건 등 어려움이 있겠지만, 오직 재미만을 추구하는 시간은 다른 공간을 통해서 얼마든지 충족할 수 있다.
가뜩이나 재미없어 하는 주일학교에서 캠프마저 이런 방향으로 간다면 학생들이 더 외면하지 않겠냐는 반대 의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일반 캠프와 주일학교의 캠프는 비교할 대상이 아니며, 또 염두에 둘 필요도 없다는 점이다. 지금 좀 어렵더라도 우리만의 캠프를 만들어 나가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주일학교 여름행사도 이벤트 회사에 넘어가고 말 것이다.
어느 한 본당이나 어느 한 두 교사, 또 사목자의 노력만으로 주일학교 행사를 신앙적이며 교육적으로 만들 수는 없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노력해야 한다. 각 교구와 교회 교육 연구 기관도 위와 같은 방향으로 캠프를 연구하고 프로그램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이번 여름방학 동안 전국 주일학교에서 하나씩만 결실을 맺어도, 우리는 천여 개가 넘는 우리만의 색을 만들 수 있다.
2003년 여름. 우리만의 주일학교 캠프를 위해 모두가 고민하고 기도하면서 다양한 방안을 시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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