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의 심각성이 극에 달했다.
일년에 200만 명이 넘는 태아가 생명에 대한 선택권도 없이, 소리도 없이 죽어가고 있는 이 상황에서 「낙태는 죄」라는 인식이 점차 흐려져 가고 있어 안타깝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낙태를 비롯해 피임, 불임수술 등 인공적인 산아조절에 대해 하느님을 믿고 따른다는 신자들조차 윤리적인 책임의식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이런 것에 대해 교회 가르침이 너무 보수적이고 현실에 맞지 않아 큰 걸림돌이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
낙태시술을 하지 않고, 불임수술을 하지 않는 양심 있는 의사가 경영난으로 병원 문을 닫아야 하고, 낙태를 하지 말고 출산을 권유하는 의사를 이상한 사람으로 쳐다보는 현실에서 더 이상 「생명은 소중한 것」이라고 외치는 것 자체가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처럼 공허한 것이 되어 버려 생명파괴 심각성이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올바른 부부생활과 산아조절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담은 교황 바오로 6세의 회칙 「인간 생명」이 반포된 지 35년이 됐다.
이 회칙이 이 시점에서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1968년 7월 25일 「인간 생명」이 반포될 당시 우려했었던 위험성과 도덕적인 타락이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인공적인 산아조절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만연돼 있다.
태아를 비롯해 모든 생명이 존중되기 위해선 우선 가정부터 올바로 서야한다. 모든 생명의 기초는 가정이기 때문이다. 가정이 올바르지 못하면 생명에 대한 인식조차 없을뿐더러 생명 파괴에 대한 죄의식조차 생기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생명의 존엄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배우고 가르친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결코 교회 가르침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는 혼전동거에 대해서도 교회의 끊임없는 비판과 대책이 필요한 때이다. 혼전동거를 위해선 피임이 필수이고 실패했을 경우 따라오는 것이 낙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혼전동거 자체가 비윤리적인 것이라는 인식을 젊은 세대에게 심어줄 수 있는 적극적인 대책방안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생명」이라는 말마디를 떠올리기가 무색할 만큼 깨어져버린 현 세태에서, 교회가르침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려는 관심과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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