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간을 떼어 친구에게 나눠줌으로써 생명을 나눈 박규연(스테파노), 최성국(프란치스코)씨의 사연은 자살과 흉악범죄 등이 판치는 우리 사회에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두 사람은 대학과 대학원 과정을 같은 곳에서 함께 마쳤고, 직장도 함께 다니며 우정을 다졌던 20년 지기였다고 한다. 이 두 사람이 아내와 주변 사람들이 인정하는 소위 「간 쓸개 다 내줘도 아깝지 않은」 막역한 친구사이라 할지라도 간이식을 마음먹기까지 그리 쉽지 만은 않았을 것임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는 이식 수혜자인 최씨의 고백에서도 알 수 있다. 그는 『친척 중에 이식 가능한 사람이 있었지만 기증의사를 묻자 연락이 끊겼다』고 밝혔다. 그리고 『참으로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도와준 친구에게 백번 고맙다고 해도 모자란다』며 눈물을 보였다.
박씨가 간기증을 결심할 당시의 일도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감동적이다. 친구인 최씨가 간이식자를 구하지 못하면 위험하다는 최후 통첩을 접한 것이 지난 6월 30일. 마침 박씨는 교구 꾸르실료를 마치고 나오던 길이었다. 친구들 중에 이식 가능자가 있다는 소식만 듣고 있던 박씨는 자신만이 적합자라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잠시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박씨가 결심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30분간 묵상을 한 뒤 박씨는 자신의 간 기증의사를 아내와 최씨에게 알렸다. 박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꾸르실료를 마치고 나오던 날 친구들로부터의 메일을 접하고 이 순간을 외면하면 평생 고개를 들고 살아가지 못할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기증자가 필요하다는 소식이 마치 주님이 제게 당부하는 것처럼 들렸고, 친구를 위해 주님이 저를 철저히 준비하셨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두 사람이 소속된 회사에서도 임직원들의 모금과 회사 지원으로 1억원에 달하는 수술 및 치료비 전액을 충당키로 하는 등 아름다운 사연들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그래도 살만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남을 배려할줄 알고, 타인의 고통을 내 것인 양 나누고 함께 아파하는 이런 따뜻함이 있기 때문이다. 정의니 분배니 하는 말들은 차치하고라도, 지금 당장 내 이웃을 한번 돌아보자. 쌀 한줌이라도,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생명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빈곤을 비관한 이들의 자살이 이어지는 우리 사회가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도 바로 이러한 나눔과 희생이 아쉽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