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회장의 자살 소식으로 최근들어 자살이 확산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는 또 다시 자살 신드롬을 겪고 있는 듯 하다. 정회장 자살 소식의 충격으로 실향민이 목숨을 끊는가 하면 40대 가장이, 또 육군 사병 2명이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자살의 특징은 서구 사회와 달리 생활고 등을 비관한 자살이 많다는 점이다. 경찰청 통계를 보더라도 자살자들의 80% 가량이 경제적인 이유로 목숨을 끊었고 최근들어 이 비율은 더욱 높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사실상 「사회적 타살」이나 다름없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고 사회 안전망 확충 등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비하하며 자살하는 경우가 많고 그런 면에서 결국 대부분의 자살은 사회의 타살로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들에 대한 사회와 정부 차원의 근본 대책은 예상대로 부족한 상태다. 또한 상담 기관 역시 부족하다. 그나마 자살자들을 돕는 몇몇 상담 전화들도 아직 체계적이지 않고 그 수도 적은 편이다.
사회 안전망 설치 면에서 교회도 그리 사정은 다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 8월초 각 교구 사회복지회(국)를 비롯 교회 내 사회복지 기관과 시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국 14개 교구 중 상담시설을 한 곳 이상 운영하는 곳은 단지 9개 교구에 불과했다. 자살자들, 위기에 처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제1차적인 시스템조차 미비한 것이 우리 교회 현실인 것이다.
자살학자 슈나이드만은 「자살에 대한 효과적인 예방은 결국 우리 모두의 일」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이에 대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고립감 속에서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지역 단위의 자살예방기구 설치,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생활이 열악한 계층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줄 수 있는 「사회적 카운셀링」 역할은 그 누구보다 생명을 소중히 하고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하는 교회가 앞서나가야 할 몫이라 할 수 있다.
개별 본당 차원에서 여건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지구 차원에서라도 상담소를 설치하고 도움을 청하는 이들의 호소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 동사무소 등과 연계, 어려움에 처한 지역 이웃들을 찾는 등 지금 당장이라도 실질적인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노력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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