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이를 좋아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수많은 아이들 틈에 앉아있으면 여기저기서 울려나오는 질문과 장난 섞인 메아리 소리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뿐이다.
며칠 전, 어느 유치원 선생님으로부터 구연동화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냥 아이들과 함께 동화를 즐겁게 읽어주기만 하면 된다고 선생님은 말했다. 어찌 보면 간단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과 함께 있는 공간만으로도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주위에선 앞으로 동화와 함께 걸어가야 할 사람이 아이들을 그렇게 멀리해선 되냐고 묻기도 한다. 아이들의 마음과 함께 하기 위해선 한번 부딪쳐 봐야 한다는 생각에 선생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유치원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난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아이들이 무척 말을 잘 따라주고 얌전히 앉아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동화를 듣는 아이들의 눈은 누구보다 빛났다. 오히려 그 진지한 분위기에 무척 놀랐다. 물론 키득키득 웃음소리도 가끔 들려왔지만, 시간이 지나면 금새 조용해졌다.
난 속으로 아이들이 장난을 쳐주길 내심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은 내내 같은 자세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아이들이 아이들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나를 심사하는 심사위원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나 혼자 이상한 세계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다.
아이들이 아이들로 보이지 않는다는 건 참 슬픈 일인 것 같다. 유치원 교육도 교육의 수준만큼 달라지고 있었으며 아이들의 태도도 점점 어른들을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느끼고 돌아왔다.
아이들의 아이다운 모습은 어느 동화책에서나 볼 수 있는 특별한 모습일까? 이젠 더 이상 아이는 현실에서 볼 수 없는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에 씁쓸한 마음 감출 길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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