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도서관에서 한때 많은 사람들이 즐겨 읽었던 「치즈」에 대한 책을 읽었습니다. 치즈창고가 조금씩 비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날 용감히 새로운 치즈창고를 찾아 떠난 쥐들과, 창고가 비어 가는 것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다가 어느 날 드디어 텅 비어 버린 치즈창고에 맞닥뜨리고도 끝까지 남아 없어져 버린 치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사람과 늦었지만 다시 새로운 치즈를 찾아 떠나는 사람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뻔히 아는 내용이었고, 그 내용이 주는 교훈도 뻔한 것임에도 이를 다시금 꼼꼼이 읽어본 것은, 변화라는 화두 때문이었습니다.
최근 경기가 몹시 나쁘다는 말과 함께, 청년실업의 심각함이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취직이 어려울수록, 공무원 시험공부에 매달리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세상이 워낙 빨리 변하니까 오히려 안정적인 직장을 찾으려는 것이 그 중 하나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위의 쥐처럼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거나 때로는 앞서 갔으면 합니다. 그리고 제 가족과 사랑하는 주위 사람들이 그러한 삶에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그것은 솔직히 제 머릿속의 생각이고, 제 몸은 1주일동안 세속에서 부딪히는 삶보다, 주일날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하느님의 집에 있는 시간이 더 편하기에, 세상 속으로 나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야속한(?) 예수님께서는 매번 미사가 끝나면,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라는 말에 『감사합니다』라고 답하게 하십니다.
그렇습니다! 아무리 세상 속에서 사는 것이 힘들어도, 그 변화를 따라가는 것이 힘들어도, 평신도인 제 삶의 자리는 성당이 아닌 세상 속이기에, 성당 문을 나서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야 합니다. 그 세상을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 및 동료들과 함께 어울려서 살아내야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2부부 중의 1부부가 이혼하고, 동거와 나홀로가정이 늘어나는 등, 기존의 가족이데올로기가 붕괴되어 가고 있습니다.
또 한편에서는 검사들이 현직 대통령을 조사하고, 판사들이 대법원장의 인사에 노골적인 불만을 떠뜨려 결과적으로 최초의 여성 헌법재판관을 탄생시키는가 하면, 국정원이 수지김 사건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사과하는 등의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2003년 가을 정기국회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도 성인과 동일한 인권이 존재한다고 유엔에서 1989년에 만장일치로 선포된 유엔아동권리협약(CRC)의 정신을 반영한 청소년 인권 및 복지권의 지원법률이 다루어집니다. 이렇게 우리 사회는 변화되어가면서 새로운 사회적 기준을 하나씩 만들어 가고 있는 중입니다.
저는 골치 아픈 일이 생기면 가끔씩 작은 개울가를 찾습니다. 그곳에 가서 물이 한 자리에 서있지 않고 바위와 풀도 만나면서 빨리 흐르고 느리게 흐르는 것을 관찰하곤 합니다. 지난번에는 흐르는 물에 손을 대어 보았습니다! 그래서 나의 작은 동작에 의해 흐르던 물의 속도가 바뀜을 알 수 있었고, 물길도 약간은 바꿀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방영되는 TV 광고 중에, 한 아이가 운동장에 삐뚤빼뚤 줄을 긋자, 아이들이 서로 손을 맞잡아 만든 줄을 기준으로 똑바른 줄을 함께 긋는 장면이 있습니다! 저는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천주교인들이 할 일이 바로 이런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급격히 변하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이 새로운 기준을 만들 때, 곧 새로운 줄을 그을 때 똑바른 기준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곧, 이 사회에 영원의 샘이신 주님께로부터 흘러나오는 정의와 평화, 생명의 기준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간디의 『나는 재주도 별로 없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 누구라도 나와같은 희망과 믿음을 품고 똑같은 노력을 기울였다면, 내가 이룬 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말에 힘입어, 제 자신 비록 보잘것없지만,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함께 하시고, 뜻을 같이 하는 동료들이 있으면, 이 세상을 하느님의 복음 말씀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교황 바오로 6세의 말씀처럼, 복음선포란 예비신자 권면을 넘어, 이 세상에 복음의 힘으로 영향을 미쳐 그것들을 역전시키고 바로잡는 것(현대의 복음선교, 19항)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스스로가 먼저 복음화되어 있어야 비로소 남도, 세상도 복음화시킬 수 있기에, 서두르기에 앞서, 자신을 먼저 되돌아보면서, 함께 할 동료들을 찾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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