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옥탑방 고양이」라는 한 텔레비전 드라마가 대단한 인기를 모으면서, 각종 미디어들이 「혼전 동거」라는 사회적 현상을 다양한 형태로 다루고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언론들이 이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그게 사회의 주된 흐름이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라, 마치 그것을 일부러 조장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다시 말해 언론이 앞장서서 혼전 동거라는 문제를 이슈화시켜 놓고 거기에 사람들이 반응을 하면 또 그것에 대해 취재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어쨌든, 요즘 미디어들이 보도하고 있는 혼전 동거에 대한 각종 의식 조사를 보면 언제부터 우리 사회가 이렇게까지 서구화의 부정적 길을 걷고 있나 싶을 정도다. 어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4%가 혼전 동거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고 한다.
통계 자체의 오류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것은 대단한 수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혼전 동거를 찬성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신중한 결정을 위해서」가 61%, 「결혼보다 자유롭기 때문에」가 22%로 나오고, 그 다음이 경제적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혼인을 신중하게 결정하기 위해서 혼전 동거를 택한다는 이유는 우리를 혼란케 한다. 혼인생활을 잘 하기 위해서 미리 혼인생활을 연습한다? 이게 말이 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이런 사람들은 혼인생활을 무슨 한 편의 축구경기쯤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 미국에서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혼전 동거를 거쳐 혼인한 부부들의 이혼율이 오히려 그렇지 않은 부부들에 비해 더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혼전 동거를 받아들이는 이들은 사랑을 원하는 그만큼 더 사랑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랑은 현대의 신흥종교다』 독일의 한 저명한 사회학자가 한 말이다. 현대인들은 사랑 때문에 결혼을 하고, 또 바로 그 사랑 때문에 이혼을 한다. 모든 사적 관계의 전면에는 항상 사랑의 깃발이 펄럭인다. 오직 그것으로 관계의 진정성을 판단하고 판단 받으려 한다. 이 도도한 사랑의 시대, 사랑의 물결이 지금 우리 곁에서 출렁이고 있다. 사람들은 사랑에 중독된 사람들처럼 사랑을 찾아 나선다.
종교적 계율이나 사회적 관습과 가치 등이 더 이상 자기를 이끌어 줄 수 없다고 판단한 현대인들은 「개인성」이라는 소라 껍데기 안으로 들어가 있다.
그들은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소망하지만, 한편으로 그것으로 인해 상처받을까 두려워한다. 그리하여 온전히 자기 자신을 내어주길 두려워한다.
그러고는 엉뚱하게도 「제도」가 사랑을 질식시킨다고 항변하거나, 두 사람이 정말 맞는 사이인지 아닌지 살아보고 나서 제도 안으로 들어가겠다는 자기 나름의 합리성(?)을 주장한다. 이것이 오늘날 「혼전 동거」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가 맞고 있는 사랑의 위기다.
교회는 이러한 사랑을 미성숙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사랑은 『남녀의 인간관계에 진실성과 성실성을 보장해 줄 수 없으며, 특히 엉뚱한 행동과 일시적 기분에서 그들을 보호해』(가톨릭 교회 교리서, 2391항)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랑은 인간 존엄성의 가장 구체적이고 핵심적인 표징이다. 따라서 그것이 항상 일시적 충동이나 이기적 차원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왜냐하면 사랑은 서로 자신을 『결정적으로 내어주는 헌신』(앞 문헌 같은 항)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사랑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혼인생활의 고귀함은 바로 이런 헌신에서 비롯되고 이어지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현대인들은 지금 혼란에 빠져있는 것 같다. 지독하게 사랑을 갈구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랑을 할 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은 사랑한다는 것과 정결의 덕을 거스르는 것을 동일시하고, 그 사랑의 결실을 지우는 것에 무감각하며, 혼인제도를 사랑의 장애물이라 생각한다.
이 전도된 의식을 고취하고 심지어 미화하기까지 하는 중추적 세력이 바로 매스미디어들이다. 오늘날 매스미디어들은 사랑의 가장 비극적 측면을 미화하는 데 여념이 없다.
그들이 지금 사랑을 불행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따라서 사랑과 생명에 대한 교회의 실천이 일차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장소도 바로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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