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맞이하는 「순교자 성월」은 우리 신앙인들에게 늘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한국 천주교회가 순교자들의 피로써 자양분을 얻고 그 뿌리를 견고히 해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아니 세계 가톨릭교회의 초창기 역사가 바로 순교의 역사이고, 따라서 오늘날 교회는 이러한 순교의 터전 위에 세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도 베드로의 순교를 필두로 한국의 103위 순교성인들에 이르기까지 순교로 신앙을 증거한 신앙선조들의 거룩한 삶을 묵상하고 우리의 신앙을 되돌아보는 시기가 바로 순교자 성월이 갖는 의미이다.
매년 이맘때면 한국교회는 교구별로 혹은 본당 단위로 순교자 현양행사나 성지순례 등 순교신심을 드높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마련한다. 모두가 순교영성을 배우고 또 기리며 우리 삶 속에 구체화시키기 위한 노력들이다. 따라서 순교자 성월 한 달만이라도 특별히 순교영성에 관심을 갖고 이러한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 보기를 권한다.
올 순교자 성월엔 특별히 「나눔」이 구체화되는 순교자 성월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린 매우 자주 그 옛날 순교자들의 삶을 어떠한 방식으로 오늘날 우리 삶에 드러낼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렇다고 순교자들처럼 목숨을 내어놓고 치명 순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순교」란 그리스도를 증거하기 위해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숭고한 행위이다. 순교자들은 죽음을 택할만큼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이 확고했다. 『한 사람의 영혼을 구할 수만 있다면 내 영혼이 지옥불에 떨어져도 좋다』고 한 사도 바오로의 애틋한 심정이 바로 이와 같지 않았을까.
수많은 순교자들이 흔쾌히 목숨을 내어놓게 만든 것은 바로 그들이 차지한 신앙과 그 믿음이 가져다 줄 영원한 생명에 대한 갈망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천상 보화를 그리스도를 모르는 이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 때문이었다.
결국 「순교」도 이러한 희망을 나누고, 이승에서 미리 맛본 그 천국을 나누는 행위가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러한 보물을 내 이웃과 함께 나누는 것이다. 작은 희생, 남을 배려하는 마음, 양보, 가진 것을 나누는 보잘 것 없는 실천을 통해서.
평생을 독방에서 기도와 작은 희생으로 살았던 소화 데레사 성녀가 온 세계를 다니는 선교사들의 주보 성인이 된 것처럼, 내가 처한 삶의 자리에서 행하는 작은 실천 하나 하나가 값진 순교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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