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공간에서 작은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눴던 내 어린시절의 친구들을 며칠 전에 만났다.
그 친구들은 나를 보며 놀라울 수밖에 없다며 한마디씩 늘어놓기 시작했다. 저렇게 소심하고 조용했던 친구가 말도 많아지고 활발해졌다고 나를 재밌는 표정으로 하나같이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볼 이유가 있다.
그 시절, 촌스러운 도시락을 누가 볼세라 하며 부끄럽게 내밀었던 것처럼 조심스럽게 여기에 풀어놓겠다.
이미 눈치 챈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린시절 속의 나는 잔잔한 냇가처럼 있는 듯 없는 듯한 조용한 아이였다. 무척이나 소극적인 아이였다.
전학을 많이 다녀서일까? 친구들이 어색해서였을까? 내가 기억하는 그 시절에는 남자 아이들의 억센 팔이 내 앞을 날아다녔고, 또 나와 전혀 다른 외계인들이 엄청난 속도로 뛰어다니던 그런 낯선 나라였다. 난 매우 소심했고 친구들 앞에서 나를 소개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려웠다.
어린 풍경의 친구들은 분명 정말 까불까불하고 시끄러웠던 꼬마들이었는데 며칠 전 친구들의 모습은 전혀 다른 사람들이었다. 세월이라는 건 정말 무시 못 할 일인가 보다.
전학을 와 낯선 풍경 앞에서 어색해하는 어린 시절의 나를 보다 시끄럽게 웃으며 여기까지 와줘서 고맙다고 차 대접을 하는 내 모습을 보면 놀랄 만도 할 것이다.
책을 사왔는데 작가 사인이 필요하다며 가방 속에서 책을 쑥스럽게 내미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혼자 살면 뭐든지 잘 먹어야 한다며 꿀 선물을 하는 친구도 있었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어느 하나 어색한 기분이 들지 않았던 건 왜일까?
그 시절에 함께 했던 고향의 먼 향수처럼, 「기억 한 켠에서도 나는 늘 친구들을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하는 훈훈한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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