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올해도 어김없이 당했다. 매년 되풀이하는 말이 있다. 수해를 당하지 말아야한다고, 그러기 위해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더욱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작년에 덮쳤던 태풍 「루사」로 인한 피해를 다 복구하기도 전에 또다시 수해를 당했다는 것이다.
작년에 입었던 태풍피해를 일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복구를 마치지 못했다는 사실에 적잖이 궁금해하고 있다. 복구공사가 일년 이상 걸릴만한 대형 사업이라면 이해가 가지만 그러나 현실을 봐선 그렇지가 않다. 당초 피해 집계가 늦었고, 이에 대한 예산배정이 늦었고, 따라서 복구 공사 또한 태풍이 지나간 지 수개월이 지난 올해 들어서야 가능했던 것이다. 그래서 복구작업도 채 마치지도 못했는데 또 다시 쓸려 내려가 버려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누구를 탓해야 할 것인지,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연일 방송과 신문에는 수해가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人災)」라고 한다. 작년에도 그랬다. 그렇다면 수해의 원인이 사람에 의해서 일어났다면 왜 그것을 미리 대처하지 못했을까. 수십억원을 들여 자연재해방지시스템을 구축하고도 결국은 사람의 손에 의해서 이러한 처참한 재난을 당한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으며, 설명한들 그것을 믿을 수 있겠는가.
집이 물에 잠기고, 바위에 박살나고, 흙더미에 묻혀버리고, 120여명의 사람이 죽고 실종되고, 가축이 죽고 떠내려가고…하루 밤사이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순전히 자연의 탓이라고만 하면 받아들이겠는가. 그렇다면 그 자연은 과연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지 생각해 볼일이다.
태풍 「매미」는 우리나라보다 일본 오키나와섬을 지날 때 그 위력이 더 엄청났다고 했다. 그러나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의 피해가 더 엄청났다. 자연의 변화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재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그 규모는 분명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달 하순부터 다음달 상순사이 한차례 더 태풍이 우리나라에 올 전망이라고 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더 큰 피해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재민을 돕는 것이다. 성금을 내는 것도 좋다. 그러나 복구현장에서 같이 땀을 흘리면서 이들의 고통에 함께 동참하면서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급선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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