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새벽, 아내와 함께 미사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아직 어린이집을 다니는 우리 막내 여식이 대문 앞까지 마중을 나왔다. 언니와 오빠는 아직 잠을 자고 있는데, 우리가 오는 기척을 듣고 3층을 내려왔던 것이다.
떨어져 있는 시간보다는 함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은 우리들이지만, 우리 부부는 오랜만에 사람을 만났을 때 반기는 기쁨보다도 더 큰 기쁨의 표정으로 아이를 반기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아이는 매우 평화롭고도 흡족한 웃음을 지으며, 『안녕히 다녀오셨어요?』라는 인사를 하였다.
민소매의 셔츠와 귀여운 잠옷 바지를 입은 아이. 우리는 그런 옷차림을 쑥스러워 하는 아이를 데리고 집 앞으로 난 작은 길을 잠시 걷기로 하였다. 집 앞의 공터에는 아파트 단지가 조성될 예정이어서 이미 땅 정리를 마친 터였지만, 그래도 예전의 흔적을 보여주는 대추나무 몇 그루는 얼마 남지 않은 대추를 품에 안고 있었다.
예전에 대추나무 집 주인 할머니에게 부탁을 하여 대추를 얻었던 기억을 되살리는 아이와 아내, 나는 한 걸음 늦은 거리를 두고서 그 마지막 남은 대추 몇 개를 따서 아이에게 주었다. 작은 감탄을 연발하며, 『요거는 아버지꺼, 요거는 어머니꺼, 언니꺼, 오빠꺼…』
대추 하나씩마다 가족들을 떠올리는 아이의 작은 손에는 우리 가족의 대추 같은 얼굴에 함박 웃음이 넘쳐 나고 있었다. 이제 고등학생이 되고, 중학생이 되는 언니와 오빠를 생각하는 그 마음이 너무나 고마웠다.
아내와 내가 길섶에 핀 이름 모를 꽃과 눈길을 나누고 있을 때,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큰 딸의 목소리였다. 3층 창을 열고 우리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모두는 약속이나 한 듯 손을 흔들었다. 그것은 「기쁨」 그 자체였다. 그렇게 우리 가족의 주일 아침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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