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출산」이 사회적으로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원정출산이란 출산을 앞둔 임산부들이 미국, 캐나다 등 영어권 나라에 가서 아이를 낳는 것을 말한다. 국내 한 홈쇼핑 방송에서 판매한 캐나다 이민상품이 방송 시작 불과 몇 분만에 매진될 정도로 대박을 터뜨렸다는 우울한 소식을 접한 것이 불과 한 달전 일이다. 「탈한국」 현상의 심각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수 천만원을 호가하는 비용과 임산부들의 신체적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원정출산을 감행하는 이유는 너무도 뻔하다. 장차 태어날 아이에게 현지 영주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원정출산 자녀중에 남자 아이가 훨씬 많다는 사실이 장차 군복무 의무까지 면제받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때 쯤이면 우리의 허탈감은 단순한 우려의 수준을 넘어선다.
「원정출산」과 「이민 러시」에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가 국내 교육현실에 대한 좌절감이다. 우리 말도 익히기 전에 영어노래를 들려주고, 유치원 때부터 영어학원을 다니고 초등학교 때부터 경쟁적으로 유학을 떠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니 그쪽 시민권이라도 갖게 해서 자녀의 미래라도 보장하자는 발상이 원정출산이라는 바람직하지 못한 관행을 양산하는 것이다. 이민 희망자들의 가장 큰 이유 역시 「자녀교육」 문제다.
원정출산은 또 이쪽 국민 의무는 비켜가면서 저쪽 시민으로서의 혜택은 누리겠다는 소위 「양다리 걸치기」식 이해타산이 깔려 있다. 그들에게 고국이란 여차하면 떠날 수 있는 거주지 이상의 의미는 없어보인다. 이민 역시 직업불안정을 비롯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 두 번째로 큰 요인이다.
이러한 「탈(脫)한국」 현상에 대해 해석이 분분하다. 원정출산이나 이민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논리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현실들은 한국인으로서 한국에서 사는데 대해 아무런 희망도 비전도 갖지 못하겠다는 체념의 결과임은 분명해 보인다. 아이들은 그들대로 입시·취업경쟁에 내몰리고, 성인들 역시 자녀 사교육비에 허리가 휘고 「사오정·오륙도」 처지에 맘 편할 날이 없는 한국에서 살기 싫다는 것이다.
참으로 전도된 가치의 회복이 절실한 때이다. 정치, 사회, 경제, 교육 등 모든 부분에서 원칙과 기준이 바로서야 한다. 그 원칙은 정직(의), 공평, 성실, 화해와 같은 덕목들이다. 그 중심에 바로 「인간화」가 자리잡아야 한다.
오늘은 힘들어도 내일은 나아질 것이란 기대마저 가질 수 없다면 「탈한국」 신드롬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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