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집 옥상에서는 방수 공사가 한창이다. 평소 옥상에서 들려오는 사람의 걸음소리 조차도 방안에서는 크게 들리는 터라 시멘트를 부수고, 나르고, 쿵닥대는 소리에 아내와 아이들은 무척 힘들어한다. 아이들은 집에서 자기들에게 주어진 일과를 편안하게 할 수 없다고 투덜댄다.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어찌하겠는가?
그래도 일터로 가는 덕분에 낮 시간의 괴로움을 겪지 않는 나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며, 마음으로나마 그 힘듦을 함께 하도록 해주는 가족들이 고맙게만 여겨지는 날들이다.
며칠 전이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큰 아이가 『공사 때문에 집에 와도 공부가 안 되니, 차라리 좀 늦게 들어오겠다』고 했다.
아내는 아이의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며, 『그래도 일단은 집으로 왔다가 같이 나가는 것이 어떻겠니? 너희들이 돌아오는 시간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나는 계속 너희들을 기다려야 하거든. 동생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일 텐데…』
큰 아이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지만, 표정은 어머니의 뜻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이의 마음을 읽고서 다정스레 말을 건네는 아내나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알고 수긍하는 아이 모두 고마웠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때, 텅빈 집을 혼자서 문 열게 하지말고 언제나 반가이 맞아주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부부의 공통된 생각이다. 그래서 아내는 외출을 하였다가도 언제나 아이들보다 먼저 와서 집을 말끔히 정리하고 「아주 맑고 밝은 표정」으로 아이들을 맞는다. 각자의 일정 안에서 이 관계가 어쩌다 한번 어긋날 때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과 아내는 「대화」를 통하여 서로의 신뢰를 회복한다. 나는 이런 아내와 아이들을 신뢰하고 사랑한다.
많은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아이들은 어머니에게서 받은 그 가치를 알게 되리라. 가족이 함께 움직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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