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계에서 우수한 작품으로 평가받아 상을 받은 성당이 여럿있다. 그런데 그 중에는 사용자인 사제와 신자들로부터 불편과 부담만을 안겨주고 전례공간으로서의 기능도 충실치 못하다는 혹평을 받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방문한 이태리 성당 중에도 성당 관리자로부터 『잘못 지어진 성당을 찾아다니느냐?』는 힐문을 받은 적이 있다. 책의 사진에서 만난 아름다운 형태와 심오한 빛의 연출은 방문객에게 순간적인 감동을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사용자에겐 항시적일 수 없으며, 건축가의 의지와 예술성보다 실용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였다.
좋은 성당건축이란 훌륭한 건축가의 「작품」이 이니라 기본적인 요구에 충실한 건축이다. 교회의 시작이요 존재이유인 제대를 중심으로 신자들이 모여서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는 공간이면 충분하다. 기도가 될 수 있는 조용한 공간, 성가가 들려올 수 있는 차단된 분위기, 너무 어둡거나 밝지 않고, 너무 춥거나 덥지 않으며, 자연의 빛과 소리가 조금씩 들어와도 방해받지 않을 공간이면 좋다.
냉난방이 완비된 요새 성당의 제대 장식 꽃이 오히려 오래가지 못한다고 한다. 창의 환기기능을 무시하고 오로지 멋으로만 고정창으로 하였기 때문이다. 평일 낮에도 성당조명을 켜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어두운 성당, 과도하게 색유리로 장식한 결과이다. 올 여름의 비로 지하공간을 가진 많은 성당들이 습기와 결로로 많은 불편을 겪었을 것이다. 기계적인 설비를 갖추었음에도 말이다. 쓰지않는 평일 대부분 시간대의 관리운영이 고려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당건축에서 음향은 매우 중요하다. 축성식때 만족스런 음향상태를 갖춘 성당이 드물다고 한다. 대부분의 성당이 값비싼 고가 장비의 과잉성능에다 흡음재를 사용해 라이브 뮤직홀 같이 만들어 놓았다.
음을 흡수해서 잔향시간을 무조건 줄일 것이 아니라 잘 간수 조절하여 말씀의 명료한 소리와 성가의 풍성한 자연음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할 수는 없을까?
성당에는 다목적 공간이 많다. 때로는 강당으로 때로는 연회장으로, 휴게공간으로 활용한다. 우리의 성당에 주방시설이 얼마나 많은가? 성당건물이 음식냄새로 배여있는 경우도 있다. 미로같이 배열된 그 많은 교리실과 회합실, 꼭 필요한지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성당은 사용자와 관리자가 따로 있지 않기 때문에 쉽고 단순해야 한다. 잘 짓는 것 보다 유지관리와 실용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여야 한다.
유럽에서 만난 성당들은 모두 전례공간이 1층에 있었다. 그래서 멀리서부터 성당에 접근하면서 속(俗)으로부터 성(聖)에 이르는 과정적인 상징공간의 구성이 가능하다.
우리의 성당에서처럼 번잡한 홀, 계단, 엘리베이터를 거치지 않는다. 성당의 부속기능들은 거의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크지 않다.
반면에 우리의 도시성당들은 오히려 전례공간이 부속된 사회문화 복합빌딩같은 인상을 준다. 대도시로 갈수록 친교공간 신심단체, 봉사활동, 문화활동 공간 등의 비율이 늘어난다.
계속 커져가던 도시성당의 규모가 교구에 의해 제동이 걸리고 있음은 다행이다. 거대성당을 지양하고 대부분의 교구 건축심의에서 규모와 예산, 기능적인 문제를 조정하고 지도하여 무리한 계획은 걸러지고 있다. 그러나 경험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좀더 체계적인 계획 기준의 연구가 아쉽다.
예를 들면 본당역사와 위치, 생활 수준, 교무금, 헌금정도, 대지의 성격, 주변환경의 변화예측 등에 따라 성당(전례공간)의 수용인원, 공간구성배분의 권장기준이 몇 개의 유형으로 제시된다면 각 본당의 특성과 자율성이 반영될 수 있을 것이다. 획일적인 규모와 공간구성 비율은 대지의 활용과 건물의 실용성을 떨어뜨릴 뿐이다.
21세기 교회건축의 나아가야 할 방향은 「환경 친화적인 교회건축」이다. 에너지 절감과 환경보전에 의한 자연의 위대함과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미가 의무적으로 추구되어야 한다.
우리는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였던 전통적인 건축사상과 실용적인 원리를 실천함으로써 가톨릭이 앞장서서 벌이고 있는 환경보전운동의 메시지를 교회건축을 통해 강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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