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헤, 이번에는 꼴찌할 거예요!』
가을 운동회를 앞둔 며칠 전, 둘째 아이 요한이가 달리기에서 꼴찌를 하겠다고 했다. 지난 6년 동안 항상 등수 안에 들었고, 고만고만한 아이들끼리 차이가 나도 현격할 정도도 아니고, 그런 일도 없었는데 무슨 연유일까? 잘 달릴 자신이 없어서일까? 친구들 간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그냥 관심을 끌기 위해서 그런 것일까? 이런 저런 생각이 다 났지만 그 이유를 묻지는 않았다.
운동회 때마다 아내를 통해서 그 상황들을 전해 들어온 나는, 그 날도 저녁을 먹으면서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왜 골찌를 했대?』
『잘 모르겠어요, 2등으로 달리고 있다가 갑자기 멈추더니만 맨 마지막 아이랑 함께 들어가데요. 이유는 묻지 않았어요』
요한이가 들어왔다. 여느 때처럼 환대를 하고 녀석의 눈치를 살폈다. 궁금증으로 더욱 조급해지는 마음을 달래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물었다.
『오늘 운동회 즐거웠니? 참, 꼴찌했다며? 왜?』
『헤헤, 그냥요』
자기 나름의 만족을 누리는 표정, 나하고 눈이 마주쳤다. 슬며시 웃는 입가에는 꼴찌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자기가 실천한 일에 대한 떳떳함(?)이 흐르고 있었다. 순간, 아이와 나 사이에 「공감의 강」이 출렁거렸다.
운동회를 앞두고 여러 날을 준비했을 것이고, 그런 가운데 자기와 한 조가 된 아이들과도 여러 차례 달려 보았을 것이고, 패자의 슬픔을 맛보는 친구들을 보았을 것이다. 「그랬었구나! 녀석…」 그의 미소가 나의 입가에로 흐르더니만, 어느 새 내 눈가는 젖어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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