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교회건축이 가장 활발한 오늘 우리의 상황은 하나의 위기일 수도 있고 다시없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신앙의 열기와 함께 건축의 기술적, 경제적 능력도 갖추었고 역량 있는 건축가와 성 미술가도 적지 않다. 경험도 많이 축적하였다. 그러나 잘 지어진 성당, 기능적 ,예술적, 상징적 가치를 두루 갖춘 성당은 찾기 어렵다.
왜 그럴까? 좋은 건축은 좋은 건축가와 좋은 건축주, 그리고 그들 사이의 이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다. 우리 교회건축의 장애요소는 건축가의 선정과 설계과정에서 겪는 불신과 갈등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갈등은 교회내의 사제와, 신자, 건축가, 미술가 간의 오해와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로부터 오는 갈등이다.
우리 교회건축과 교회미술의 미래를 위해서 다음과 같은 점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교회건축.미술 비평지의 출간을 제안한다.
교회건축과 미술에 대한 교회의 의식이 변화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홍보와 계몽이 필요하다. 교회미술 전시회와 출판, 교회내 방송매체, 신문, 잡지에서의 성미술에 대한 기사 증대는 퍽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전문적인 비평과 해설이 아쉽다. 교회건축.미술 비평전문지의 출현을 기대해 본다.
미학적인 비평 뿐만 아니라 전례, 신학, 그리고 실제적인 문제도 다루고 그간의 경험도 자료화하고 제공하면 좋겠다.
둘째, 교구차원에서의 성미술위원회나 문화위원회의 활동을 기대한다.
각 교구에는 건축위원회가 있다. 성당의 규모와 예산, 기능적인 문제를 조정하고 지도한다. 그러나 위원회의 활동이 창의적인 설계를 제한하거나 형식적인 통과의례에 불과한 경우가 있다.
위원회 구성에 건축가와 미술가가 참여하고, 위원회의 활동이 심사가 아니라 지침과 기준을 정하고 설계자를 도와주는 것이 되도록 하였으면 한다. 위원들의 경험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계획기준의 연구가 필요하다.
셋째, 정기적인 교회건축, 미술관련 워크샵이 필요하다.
서로간의 진정한 대화를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성직자와 건축가, 미술가가 공유할 수 있는 공통언어와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
성서적인 이해와 전체를 볼 수 있는 시각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직자와 건축가 미술가가 함께 하는 워크샵이 필요하다.
행사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이어야 하며, 워크샵의 참여와 성과를 여러 사람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교구 건축관련 위원회 사제와 새로운 성당건축을 맡을 사제가 참여한다면 많은 성과가 있을 것이다.
넷째, 성당건축 과정에 모두가 합당하게 참여하여야 한다.
성당을 짓고 꾸미는 일에 모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사용자인 신자들의 의사를 모으고 반영하는 일이 결코 어렵거나 비생산적인 일이 아니다.
사용자가 건축의 주역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며 설계 단계에서부터 미술가도 참여하여야 한다. 건축가와 미술가의 선정에서부터 홍보, 전시회나 워크샵에 문호를 개방하고 투명성을 유지하여야 할 것이다.
다섯째, 교회건축.미술의 이념과 철학, 토착화 논의는 계속되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문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한국 교회건축은 한때 새로운 개념과 형태의 교회건축을 추구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념이 실제 전례형태와 내부공간 구성에는 연결되지 못하고 외형에만 치우치는 경우가 많았다.
80년대 이후는 그러한 이념이 쇠퇴하고 기능성과 장식, 감각적인 표현에만 치우치고 있다.
아직도 우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교회건축과 미술에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에 대한 해석, 교회미술에 대한 역사적인 연구, 신학적인 연구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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