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태풍 매미로 인해 큰 피해를 입으신 모든 교형자매 여러분께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부디 이번의 좋지 않은 일들이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들의 가정과 이 사회에 전화위복의 계기로 작용했으면 좋겠습니다.
태풍의 대표적인 피해 중 하나가 부산항 컨테이너 부두의 크레인 붕괴라고 생각됩니다.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던 산업입국의 상징인 그 많던 크레인이 무너져 내린 것은 부실공사 때문이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저는 다른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것은 그 크레인들이 그동안 정상작동을 했고, 안전기준에도 합격을 했던 것으로 미루어 크레인의 안전 기준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문제라는 것은 그 기준이 이런 일에 대비할 만큼 충분하지 못했었다는 의미에서입니다.
그러나 만일 그 크레인을 설치할 때, 이번 태풍처럼 과거에 없었던 지나치게 강력한 태풍을 예상하고 더 철저한 기준을 적용하여 설계와 시공을 했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아마도 누군가에 의해 지나친 예산낭비의 사례로 지적되지 않았을까요?
제가 아는 한 교수 분이 과거 원자력 발전소 근무시절의 이야기를 웃으며 한 적이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소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건설 지역의 과거 수백년 동안의 역사를 통틀어 발생한 지진보다 더 강력한 지진도 대비해 지어진다. 또한 발전소의 사고는 대형 참사로 이어지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안전기준보다 훨씬 철저한 외국의 안전기준에 맞추어 설계되고 관리된다. 그런데 그곳의 안전여부를 관리하는 행정관서에서 우리나라의 상대적으로 허술한 법규에 맞추어 평가하면서, 더 좋은 장비의 설치로 더 이상 필요 없는 장치를 법에서 요구한다는 이유만으로 부가적으로 달라고 해서 그렇게 한 적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분이 발전소에 근무했던 적이 오래 전이기에, 지금의 행정관서는 그러지 않겠지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이야기였습니다.
최근 아시아 각 국에서는 「한류」 열풍이 여전합니다. 한동안 잠잠했다가 다시 크게 부는 모양입니다. 물론 대상이 되는 노래와 영화 등을 만든 분들의 사전 준비와 그 노고가 큰 이유일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나라출신의 아시아인 노동자들과 여러 차례 만나본 결과, 한국의 경제발전과 정치적 민주화에 대한 큰 동경도 한 이유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20여년 전에 대통령을 비난하면 처벌받던 나라에서 대통령에 대해 뭐라고 비난해도 탈이 없는 나라로 바뀐 것과, 자신들의 나라는 여전히 그러함을 비교하면서 부러워했습니다.
이렇게 아시아지역 외국인들이 부러워하는 우리 사회의 경제적 성장과 정치적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자기들과 같은 특정부류의 사람들에게 인간 이하의 대접을 별 생각없이 하는 것에 대해서는 불평이 컸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그것은 한국 사람들이 나빠서가 아니고, 이제까지 자기 자신의 인권에 대해서조차 고민할 기회가 적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 특히 외국인의 인권에 대해 무관심한 것이며,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고 땀흘리며 설명하곤 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요? 인권부재가 아닐까요? 이제 크레인의 안전기준을 더 강화하고, 외국인 인권도 보장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 사회의 기준, 시대정신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때입니다.
인권부재의 사회로부터, 모든 사람들이 국적과 피부색, 출신국에 상관없이 다 똑같은 인권을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았음을 인정하는 사회로 만들어야 합니다.
적어도 제가 만나보고 들어본 외국인 노동자들의 눈에 비친 한국은 법을 지키는 사람보다 법을 안 지키는 사람이 더 혜택을 받는 사회입니다. 그들은 산업연수생으로 일하면 형편없는 월급을 받고, 불법체류자가 되면 한달에 100만원 이상을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너무 이해가 안된다고 합니다.
법을 지키는 사람이 안 지키는 사람보다 더 많은 혜택을 누리는 것이 정상이지만, 한국 사회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이를 바로 잡으려면, 무엇보다 먼저 지금 있는 법을 지키고, 사리에 맞게 올바른 행동을 해야 합니다.
한 예로 이라크 파병문제도 우리나라의 으뜸법인 헌법과 국제법의 정신을 먼저 살피고, 우리의 젊은 목숨들을 보내는 것이므로 사리에 맞게 접근해야 합니다.
이라크에 관한 정확한 소식은 이라크 말을 하는 상주 특파원 하나 없이 외국의 자료를 그대로 보도하는 언론보다, 현지에서 그들과 부대끼며 일하고 있는 한비야씨와 같은 현지 한국인들에 의해 알아보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지금 우리는 「인권부재국에서 인권존중국」으로 나아가는 시대정신의 도약 시점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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