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 전 모세가 에집트에서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까지 40년 동안을 헤매었던 길을 하루 동안 시원한 버스로 여행하면서 깊은 감회에 젖었었다.
카이로를 떠나면서부터 예루살렘까지 몇몇 오아시스나 인공으로 물을 주는 곳을 제외 하고는 온 들판이 풀 한포기 제대로 자랄 수 없는 사막으로 기온은 40도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우리들은 이러한 광야에서 생수병을 손에 들고 마시며 뜨거운 땅의 열기와 내리 쬐는 햇볕에 20분을 참지 못하고 항복하고 말았으니, 모세를 따르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20분이 아니라 40년 동안이나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 많은 백성들을 뜨거운 폭염 아래 손바닥만한 그늘도 찾을 수 없는 바위와 자갈과 모래로 뒤덮인 끝없는 광야를 하느님이 계시하시는 대로 이끌고 가야했던 모세의 심정은 어떠하였을까? 많은 사람들은 모세를, 아니 그들이 그토록 조상 대대로 믿고 의지하던 하느님까지 잊어버리고 배척하면서 선동하는 무리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우리는 예수님이 주로 머무르시며 사도들을 선택하시고 가르치셨던 갈릴래아 지방에서 예수님의 정취에 젖어들고 있었다. 베드로가 살던 집, 제자들을 부르시던 호숫가, 빵의 기적 성당을 거쳐, 산상수훈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갈릴래아 호수에서 옛스런 배도 타보고 동편 호숫가에 세워진 키부츠촌에서 하루저녁을 지냈다.
멀리 호수 서편에 있는 도시, 티베리아의 불빛이 아름다운 은하수처럼 반짝이며 흐르는 참으로 멋진 밤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예수님이 다녀가셨을 호숫가에서 로사리오기도를 드린 후 신발을 벗고 물속에 들어가니 작은 물고기 떼들이 몰려와서 주위를 맴돈다.
갈릴래아 지방은 예수님의 인자하신 스승으로서의 모습이 마음속에 더욱 새로워지며 33년동안 이 지역에 사시면서, 특히 3년동안 주로 이곳에서 제자들을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시며 가르치셨으므로 이곳은 어디를 가도 예수님의 발자취가 없는 곳이 어디 있으랴 생각하니 한걸음 한걸음이 뜻이 있는 참으로 복된 시간이었다.
하느님은 우리를 부르시고 써 주시니 그 은혜를 어찌 헤아릴 수 있으랴.
『너희는 어느 처지에서든지 항상 감사하라』
하느님께서는 지금보다 더 어려운 처지로 내몰지 않으시고 보살펴 주시니 항상 감사할 뿐이다. 이번 성지순례는 하느님의 크신 구원사업을 더욱 잘 이해하고 어려운 자연환경과 조건에서도 오직 하느님께로 향하면서 온갖 난관을 헤쳐나아간 그들의 굳센 정신을 이어받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어떠한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하느님을 믿고 의지하며 항상 감사의 정을 잊지 않는,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정말로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뜻 깊은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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