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첫영성체 교리를 배울 때 가지게 된 나만의 묵주가 있었다. 묵주기도를 하기 위하여 기도문들을 열심히 외고, 다음날 담당수녀님 앞에서 확인을 받고선 묵주기도 숙제(?)를 하기 위해서 열심히 묵주알을 굴리던 기억이 있다.
『묵주를 항상 여러분 주머니 속에 넣어 다니면서 시간 날 때마다 부지런히 기도하길 바랍니다. 그러면 성모님께서 기뻐하실 거예요. 또한 예수님께서 무척 좋아하실 거예요』
담당 수녀님의 말씀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때 그 시절 내 주머니에는 항상 그 묵주가 있었다. 내가 사춘기를 지나는 동안에도 그러했으니 , 참 오랜 동안 몸에 지니고 다녔던 것이다. 그러면 그 만큼 열심히 묵주기도를 하였다는 이야기인가?
첫영성체를 한 후 1년쯤 지났을 무렵이었다. 주머니 속의 짙은 갈색 묵주알이 얼룩이 지어서 보기가 흉했다. 무엇으로 씻어야 할까 고민하다가, 직장 생활을 하는 둘째형에게 물엇다. 형의 대답은 의외로 짧았으며, 가장 확실하고 정확한 방법이었다.
『음…, 매일 5단씩 묵주기도를 바치면 얼룩도 없어지고 오히려 반짝반짝 거릴 거야!』
거꾸로 이야기하면 내가 그 동안 묵주기도를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가슴이 뻑뻑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기도도 하지으면서, 그저 기도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었던 얄팍한 계산…, 내가 가진 모든 부끄럼들이 온통 내 얼굴을 뒤덥고 말앗다.
30년이 훨씬 더 지난 지금도 묵주만 보면 형의 그 목소리가 생생한 울림으로 내 가슴을 건드리고 있다. 묵주알에 때가 끼이는 만큼 내 영혼도 그러하리라는 것 말이다.
아, 내 마음 한 구석에 도사리고 있는 그 「척」하고 싶어하는 기운이 또 다시 고개 들까봐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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