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각 대학에서는 중간고사를 보고 있습니다. 저 역시 강의하는 「리더십의 이해」라는 과목의 시험과 채점을 끝낸 후 성적을 게시했습니다. 수업시간에 눈을 초롱거리며, 가끔 손을 들어 질문도 하던 친구들의 성적은 그렇지 않았던 친구들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물론 열심히 공부한 결과일 것입니다.
제가 이 강의 4년 동안 매번 느껴온 것은, 개신교 친구들과 천주교 친구들의 뚜렷한 차이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개신교 학생은 자율과제로 내준 일상생활 속에서의 리더십 실천의 지시를, 개신교 동아리나, 주일학교, 청년회, 성가대와 같은 곳에서 실제로 해본 후 피드백을 받고자 합니다. 그러나 천주교 학생들은 대부분 그렇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학생들에게 내색은 안 해도, 천주교 신자인 제 속은 끓습니다.
가을입니다. 식사 후 거의 매일같이 걷는 산책로에서는 한 여름 무성하던 온갖 잡풀들에 가려 보이지 않던 각양각색의 풀과 나무들이 얼굴을 내밉니다. 때가 되니까, 그동안 가려졌던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아, 지금 나의 모든 생각과 말과 행위가 때가 되면 저렇게 드러나겠구나 생각합니다. 요사이의 산책은 위령성월의 하루하루입니다.
대학 강단생활 20년동안 제가 분명히 알게 된 것 한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지금 학생들의 모습은 과거 어렸을 때 모습의 연장이며, 지금의 모습은 미래 모습의 전조라는 것입니다. 또한 지금의 모습을 잘 가꾸어주면 몇 년후 크게 변화된 모습을 보게 되리라는 것입니다. 정말로 청소년은 가능성의 존재 자체입니다!
제가 만난 많은 천주교 청소년들의 모습은, 여전히 타종교 청소년들에 비해 그 활동력과 주도력 면에서 한참 뒤쳐집니다. 왜 그럴까요? 저는 그들이 어렸을 때부터 주도적이고 체험에 근거한 신앙교육으로 격려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의 그들 모습 속에서, 미래 사회에서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지금의 한국사회는 종전과는 너무나 판이하게 다른 사회가 되었습니다. 참여의 사회, 시민주도의 사회가 되어 가면서 조금씩 투명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그럴 것입니다.
과연 지금의 청소년들이 미래사회에서, 하느님께서 말씀하신 삶을 스스로 알아서 할 일을 찾아서 책임있게 해낼 수 있을까요? 그러면서, 이 세상을 하느님 보시기에 기쁜 모습으로 주도해나갈 수 있을까요?
수업시간에 보여지는 개신교 학생들과 천주교 학생들의 너무나 뚜렷한 차이에서 2차 바티칸공의회가 끝난 지 4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병신도」 소리를 듣는 현재 성인신자들의 미래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슬합니다. 성당 학생들 때문에 교류하며 만나본 불교학생들의 활달함 속에서, 지금 한창 약진하고 있는 불교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부럽습니다.
청소년은 성인과 다릅니다. 성인들에게는 투자한 것이 쉽게 누적되어 나타납니다, 그러나 청소년의 경우는 매 시기에 충분한 투자가 반복되지 않으면 투자효과를 얻기가 참 어렵습니다.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그들에게 올바로 다가가야 합니다.
주일학교의 경우, 매학기 새로운 아이들이 이사나 세례 등으로 입학하고, 주일학교에 익숙한 고학년 아이들은 졸업해서 빠져나갑니다. 매학기가 늘 새롭습니다. 따라서 한번 얼마간의 투자를 했다고 해서, 작년에 어떤 것이 좋았다고 해서, 지금 그것이 좋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옳은지 여부는 전문가들이 달라붙고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만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현장에서 10년, 20년 이상 계속 그들과 접촉하고 있는 다수의 전문가가 절대로 필요하고, 시간과 돈의 투자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지금 교회의 전문가, 시간, 돈의 투자는 턱없이 모자랍니다.
지금 청소년들의 힘없음이 과거에 투자하지 않은 결과이듯이, 지금 투자하지 않음은 미래 교회의 쇠락을 가져올 것은 자명합니다. 제발, 지금의 성인신자 여러분! 교회의 미래를 위해 청소년들에게 투자해주십시오. 돈이 없으면, 더 중요한 그들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와 관심 그리고 기도를 해주십시오. 청소년들과 현장에서 10년 20년을 함께 해 주십시오.
성인신자 여러분. 천주교 신자인 것이 자랑스럽습니까? 좋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여러분들의 모습을 청소년들도 그렇게 보아줄 것으로 자신하십니까?
만일 그렇지 않다면, 제발 지금부터라도,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평생을 천주교신자로서, 하느님 바라시는 모습으로 세상 속에서 세상을 복음화하면서 살겠다고 결단할 수 있도록, 그 본보기를 보여주십시오!
지금 우리의 그들에 대한 생각과 말과 행위는 그날 드러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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