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전례력으로 한 해의 마무리 달인 11월을 교회에선 죽음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도록 위령성월로 정하고 「죽음」을 생각하는 이 시기에 「생명」에 대해 다시한번 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당부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 춘천교구 63명의 사제가 사후 장기와 시신을 기증하기로 해 잔잔한 귀감이 되고 있다. 지난 10월 21∼24일 열린 사제연수에서 교구장인 장익 주교의 제의로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로부터 설명을 듣고 44명은 장기기증을, 19명은 시신기증을 약속했다. 이미 장익 주교는 한마음 한몸운동을 통해 장기를 기증했었다.
지금까지 김수환 추기경이 1990년엔 안구를, 1993년엔 두봉 주교가 장기 기증을, 1997년엔 최창무 대주교와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 담당 사제들이, 1999년엔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와 사제 46명이 사후 장기 및 시신 기증을 약속한 바 있다.
한 사람이 장기를 기증 할 경우 보통 5∼7명, 최대 9명에게 새로운 생명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춘천교구 사제들의 장기기증 서약은 사랑이 메말라 가는 이 사회에 또 다른 따뜻한 입김을 불어넣는 훈훈한 소식이 틀림없다.
장기 기증은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를 위해 자신의 몸을 온전히 내어 주는 참 사랑 실천의 극치이다. 흙으로 돌아갈 육신을 새로운 생명 탄생을 위해 내어주는 행동이야말로 자신의 생명을 내어 주시는 그리스도를 본받는 참사랑의 실천인 것이다. 그것은 그리스도께서 우리 구원을 위해 생명을 바쳤고, 지금도 미사전례를 통해 우리에게 새로운 생명을 내어 주시기 때문이다.
교황도 자신의 장기를 다른 사람에게 줌으로써 타인의 생명을 살리는 장기기증을 「참된 사랑의 행위」, 「참된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는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나설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또한 장기이식을 받지 못해 수많은 환자들이 죽어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장기기증을 담당하는 교회기관은 서울대교구 한마음 한몸운동본부 한 곳 밖에 없는 실정이어서 장기기증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많은 신자들이 참여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장기기증은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 따라서 장기기증만을 종용할 것이 아니라 많은 신자들이 적극 참여 할 수 있도록 각 교구마다 전담자를 두고 기증자에 대한 총체적인 관리와 홍보가 더욱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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