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Hodie mihi Cras Tibi)라는 격언의 의미를 묵상하게 되는 위령성월이다.
죽음의 의미를 묵상하면서 지상에서의 삶이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로써 영원으로 이어짐을 깨닫고 하느님의 사랑의 계명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는 위령성월은 그런 면에서 우리들에게 주어진 은혜로운 시기임을 깨닫게 된다.
죽음은 인간의 한계 상황 중 가장 힘들고 극복하기 어려운 것임에도 그리고 누구에게나 닥치는 일임에도 많은 이들은 이를 자주 잊고 지낸다.
연일 뉴스에서 쏟아지는 사고 사망소식을 그저 다른 사람들의 일이려니 하는 태도가 그렇다. 또한 막상 죽음이 앞에 닥쳤을 때는 허무와 절망과 좌절을 느낀다.
신학자들은 그리스도를 믿는 신자들에게 있어 죽음은 「결코 죽음이 아니요, 새로운 삶으로 돌아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시기에 우리들은 죽음을 패배와 절망이 아니라 희망과 구원의 가능성이 있는 과정이라고 여겨야 할 것이다.
그러한 희망이 없다면 죽음이란 많은 이들이 생각하듯 허무와 좌절 덧없음의 의미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이 거룩한 시기를 맞아 우리는 특별히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 연옥 영혼을 위해 기도 드린다. 위령성월이 더욱 의미 있는 것은 「모든 성인들의 통공을 믿는다」는 고백처럼 위령기도를 통해 죽음으로 연옥에서 고통받고 있는 영혼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고, 또한 하느님 나라에 이미 들어가 있는 성인들도 살아있는 우리들을 위해 하느님께 간구할 수 있는, 산 이와 죽은 이의 통교가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더욱 깊이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번 위령성월을 맞으며 그저 일상적으로 전례시기에 따라 이 시간을 보내기 보다 「네가 죽는 죽음이 아니라 바로 내가 죽는 죽음」을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삶에 있어 보다 참다운 성실성이 요구될 것이다. 물질주의, 쾌락주의, 이기주의가 만연한 사회 안에서 「우리의 삶이 정녕 무엇을 위한 삶인지」 되새겨 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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