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시간, 상담선생님이 나에게 상담을 요청해왔다. 자신이 고민하는 바에 대해서 누구에게 말을 하면 좋을지 생각하다가 나를 택했고, 내가 사람을 대하는 자세가 평소 자신과 비슷한 것 같아서 나의 의견을 듣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의 구체적인 상황은 내가 듣지 않은 상태이고, 그의 요청에 따라 일방적으로 나의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나 혼자 이야기를 한 것 같아서…』
『네,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린 상담실습을 할 때 이야기를 많이 한 사람이 보통 밥을 사곤하죠』
『하하, 그렇지요,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이 보통은 아니죠』
이미 상담에 대해서는 서로가 익히 잘 알고 있는 터라 나보고 밥을 사라는 것은 아니고, 상담을 마치는 즈음에서 웃자고 하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 순간 휑한 바람 한 줄기가 나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내 자리로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평소에 나는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려고 얼마나 노력을 했는가? 나의 이야기만 즐비하게 늘어놓고, 상대방이 나의 입장이 되기를 바라지는 않았는가? 남을 이해하기보다는 남이 나를 이해해 주기를 더 바라며 살지는 않았는가 등등. 고개가 숙여졌다. 내가 힘들고 지칠 때, 내가 속상하고 화가 날 때, 나는 하느님 앞에서 어떻게 했는가? 총을 쏘듯 내뱉는 나의 자질구레한 이야기들, 좋고 아름다운 이야기보다는 어둡고 추한 이야기들을 하느님은 묵묵히 들어주셨지만, 나는 그분의 말씀을 듣는 일에 언제나 소홀해 왔다. 그러면서 언제 하느님께 밥 한끼 산 적이 있었던가? 아니다. 오히려 그분은 밥이 되어 나에게 오셨고, 나는 언제나 당연한 듯이 먹기만 했다. 아아, 이 부끄러움….
최근 들어 말이 많아진 나에게 「잘 듣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이웃을 통하여 다시금 알려주신 하느님의 세심한 배려! 나도 그런 하느님을 꼭 빼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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