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0일 인천교구 주교좌 답동성당에서 열린 사제단의 바자는 소박하지만 매우 뜻깊은 자리였다. 사제들이 각자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소중한 물건들을 바자에 내놓고 거기서 얻은 수익금 전액을 무의탁 노인들을 위한 복지 기금으로 기부했다.
이날 바자는 우선 바자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사제들의 소탈하고 활기 넘친 모습으로 바자를 찾은 많은 신자들에게 신선하고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음식을 마련하고 여기 저기 널린 음식 그릇들을 치우고 공연을 위해 노래연습을 하느라 분주한 사제들의 모습 속에서 신자들은 따뜻한 인간미가 넘치는 사제의 모습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서로에 대한 마음의 벽을 넘어섰을 것으로 생각된다.
교회 안에서는 매년 성전 건립, 불우 이웃 돕기 등 다양한 목적으로 크고 작은 바자들이 수없이 마련되고 치러진다. 하지만 「무의탁 노인들을 돕기 위한 사제들의 바자」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날 행사는 나름대로 적지 않은 깊은 뜻을 지니고 있다.
바자를 제안하고 기획하고 추진한 교구 사제들은 바자를 준비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으리라고 생각된다. 교구 사제 전체가 처음으로 교구민들과 함께, 스스로 자신이 아끼는 물건들을 내놓고 음식도 준비하고 작은 음악회도 직접 마련하면서 사제들은 사제직이 갖는 봉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깊이 성찰했을 것이다.
사제들은 이번 바자의 취지에 대해 『사제라는 이유만으로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는 사제들이 더욱 착한 목자로서 보답하고 가진 것을 나누면서 섬김과 나눔의 공동체를 실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교회의 신자들은 하느님 백성을 위해 봉헌된 삶을 사는 사제들에 대한 존경심이 매우 깊다. 말그대로 사제라는 직분이 지닌 거룩하고 헌신적인 삶에 대해 모든 신자들은 깊은 애정과 존경심을 갖고 있다.
물론 한편으로 신자들은 때때로 사제들의 권위적이거나 독선적인 모습을 보고 실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자들은 여전히 사제들에 대한 아낌없는 사랑과 존경을 갖고 있다.
이날 바자는 사제들이 스스로 나눔을 실천하고 사제단과 교구민들의 친교와 일치를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자리라고 생각된다. 소박하고 조촐한 자리이지만 이날 바자를 준비한 사제들의 정성과 마음은 적지 않은 신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나눠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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