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제 더 이상은 똥을 못 치워요. 못 치운다구요!』
그녀는 시아버지와 남편에게 소리를 질렀다. 집에서 기르고 있는 진돗개 두 마리의 똥을 다시는 치우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시어머니의 똥을 5년 넘게 받아냈다. 10년 가까운 세월동안 중풍으로 누워 있는 시어머니를 수발하면서 침대에, 혹은 방바닥에, 거실바닥에, 화장실에 떨어진 시어머니의 똥을 치우고 또 치웠다.
어떤 때는 하루에도 서너 번씩 똥을 치웠고, 똥범벅이 된 시어머니의 몸을 닦아냈다. 똥을 쌀 때마다 시어머니는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때로는 측은지심으로, 때로는 원망과 분노로 그녀의 정신은 지치고 힘이 들었다.
지난해, 병석에 누운 지 10여 년만에 시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그녀는 애증으로 얽힌 시어머니와의 관계를 완전히 청산하지 못했다. 30대의 고운 청춘을 그녀는 그렇게 똥과 함께 보냈다. 그녀는 이제 잘 웃지도 않는다. 그 나이에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듯 하다.
지금도 그녀와 같은 고통을 겪는 가정이 한 두 집이 아니다. 이제는 국가가 나서 노인복지시설과 치료시설을 더 많이 만들어 사회적으로 고통을 나누고, 또 그 고통을 객관화시켜야 한다. 그래서 개인만의,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한 사람에게만 그 무거운 짐을 지운다는 것은 너무나 가혹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삶의 즐거움을 잊어버린 듯 하다. 그러나 또 무슨 아이러니인가? 그녀는 얼마 전부터 봉사활동에 나섰다. 중풍환자를 돌보러 나선 것이다.
가을나뭇잎이 후두둑 떨어지는 오늘도 나는 그녀를 생각한다.
그녀는 바로 내 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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