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독일에 관한 영화 「굿바이 레닌」이 개봉됐다. 「…레닌」은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후 14년이 지나 만들어진 영화로 영화 제작진들과 독일 관객들은 입을 모아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기 위해 1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고 한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엄마 크리스티아네는 동독의 열혈 공산당원이다. 동독 건국 40주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길을 나선 그는 베를린장벽을 향하며 통행의 자유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끌려가는 아들 알렉스를 보고 충격에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진다. 8개월 뒤 의식을 되찾았으나 베를린장벽과 함께 동독도 무너진 후였다. 조그만 충격에도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엄마를 집으로 모셔온 알렉스는 베를린장벽의 붕괴라는 엄청난 사건을 숨기며, 엄마의 방을 동독시절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는다.
주위의 도움으로 엄마가 즐기던 방송, 음악, 의상 등 일상을 과거로 되돌리려 노력하는 가운데 엄마는 건강을 되찾아간다. 그러나 손녀의 걸음마를 따라 자신의 건강을 확인하던 엄마는 결국 자신만의 동독의 방을 나가 철저히 변해가고 있는 사회를 보게 된다. 코카콜라 현수막과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 서독제 물건, 무엇보다 헬기에 실려 어디론가 옮겨지는 레닌상….
어느날 가족과 함께 주말농장에 간 엄마는 그동안 마음의 짐으로 져온 남편의 서독 망명사실을 밝히고 건강이 급속히 나빠진다. 알렉스는 엄마를 위해 아빠를 찾고, 엄마는 독일통일을 경축하는 팡파르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죽음을 맞는다. 아들은 유언에 따라 엄마를 화장해 소형로케트에 쏘아 올리게 되고, 엄마는 독일 곳곳에 뿌려져 영원한 독일인이 된다.
「…레닌」을 통해 언제일 지 모르는 남과 북의 통일을 다시금 생각케 됐다. 남북한과 동서독의 상황을 비교할 순 없겠지만 통일독일의 여정, 특히 법 제도적 통일 후 독일이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은 남북한이 비춰봐야 할 거울이라는 생각이다.
통일 14년의 결실과 다름없는 「…레닌」은 통일 후 한 인간과 사회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그 구체적인 모습을 잘 보여준다. 통일로 동독시절의 것은 한 순간에 다 촌스러운 것이 되어버렸다. 동독시절 모두가 존경하던 지도자는 한 순간에 알코올중독자가 돼야 했고, 땀흘려 모아온 돈은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렸으며 40년간 그들이 믿고 추구해 온 가치와 소중히 여겨온 것들은 더 이상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한반도가 통일되면 어떤 일들이 일어나게 될까? 역시 코카콜라와 햄버거가 북녘땅 곳곳에 자리잡을 것이며 과거 북한시절의 것들은 다 촌스러운 것이 되어 쓰레기장과 뒷골목을 메우게 되진 않을까. 그동안 북한주민들의 희로애락, 그들이 믿어왔던 모든 가치들은 한 순간에 아무 가치없는 것이 되지는 않을까? 북한에서 살았던 그 자체가 부끄러움이 되도록 우리는 외형적이고 철저히 남쪽 기준으로 그들의 삶을 함부로 평가하지는 않을까? 북한시절의 모든 것들이 다 의미를 잃어버리고 그것들 대신 들어서게 되는 것들은 과연 참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사람들을 보다 더 나은 삶에로 이끌 수 있을 것인가?
하느님이 원하시는 통일사회를 위해 교회는 과연 무엇을 희망하며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통일을 생각하면 기쁘면서도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왜일까. 어쨌든 시행착오를 통해 다름을 인정하며 하나로 살아가는 폭이 넓어지고 있을 독일이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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